학생의견 수렴 없었던 제도…피케팅 등 거부 움직임 진행 중

대자보가 다시 나붙었다. ‘안녕하냐’는 물음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 쉬(글로벌잉글리쉬, 1~2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토익 시험을 실시해 성적을 매기는 대학 필수과목)를 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우리 대학에는 9개의 대자보(자연대, 농생대, 인문대, 경영대 쪽문, 후문)가 붙었고 이 제도를 거부하는 11명의 학생들이 모여 현재는 피케팅(picketing)을 진행 중에 있다.
<전대신문>은 이들 중 김성은(철학·14), 류해안(철학·13), 문영민(철학·14), 서수민(철학·13), 이학범(철학·14), 황법량 씨(경제·14)를 만나 글로벌잉글리쉬의 문제점과 그들이 생각하는 대학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학생의견 없었던 강제적인 제도
사회자 한별(사) : 현재 어떤 활동을 진행 중에 있나.
서수민(서) : 글로벌잉글리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대자보를 쓰자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달 14일부터 대자보를 붙였고 29일에는 총장님에게 우리의 생각을 정리한 서한도 보냈다. 현재는 학내에서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사 :  글로벌잉글리쉬 거부 활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듣고 싶다.
류해안(류) : 지난해부터 문제의식은 있었다. 철학과 교수님의 “아니라고 생각하는 제도에 대해 과감하게 바꿔보려 행동 해봐라”는 말에서 용기를 얻었다. 
서수민(서) : 시험을 볼지 말지에 대해 고민했다. 신념에 따르면 토익은 볼 필요가 없는 것인데 장학금 불이익이 있다는 것에 망설여졌다. 그러나 망설이는 내가 싫었고 대자보를 통해 이야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영민(문) : 대학은 취업을 원하는 학생과 학문을 배우러 오는 학생을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 그런데 왜 학문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도 취업만을 강요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학범(이) : 이 제도에 대해 선배들에게 물어봤더니 “문제는 있지만 그냥 보라”고 이야기 했다. 자신에게 강제적이면서 불이익까지 있는데 왜 행동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다.
김성은(김) : 마찬가지다. 조교 선생님이 시험을 응시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고 말했다. 이 시험을 봐야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아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황법량(황) : 문제의식은 비슷하다. 그러나 경영대 안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 같아  <전대광장>을 통해 서수민 씨와 연락한 뒤 동참했다.

사 : 사회에선 토익이 필수인 만큼 찬성하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본인들이 생각하는 글로벌잉글리쉬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문 : 물론 대학이 학문만을 추구하기 어렵다. 학문을 하는 학생,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 공존한다. 왜 취업 준비하는 학생들만 배려해서 토익 안보겠다는 학생들에게도 시험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서 : 이는 대학이 학문을 공부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글로벌잉글리쉬를 강제하는 것만 봐도 기업에서 쓸 수 있는 인재만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 앞서 말했듯 강제적인 것도 문제다. 이런 제도를 만들려면 학생에게 동의를 구하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한데 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두 과정 모두 이뤄지지 않았다.
류 : 대자보에 대해 비난하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 문제가 학내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찬성의 입장도 중요하다. 토론을 통해 그 문제를 공론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찬성이든 반대든 이야기를 통해 더 옳은 것을 추구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사 : 하지만 대학도, 학생도 취업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지 않나.
문 :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현실에 순응하는 것과 현실을 마주하는 것은 다르다. 그런 현실이라면 어떻게 현실을 바꿔 나갈지를 고민해야한다.
김 : 취업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것도 문제다.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만 달려가고 있고, 이에 도태되는 사람들이 많은데 어떻게 개인의 문제일 수가 있겠는가.
류 : 동의한다. 현재 대기업에 대한 로망이 완연하게 퍼져있다. 현실을 온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대학은 부차적인 도움만 줘야한다. 학문을 배우고 싶어 오는 학생들에게 까지 관심을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
서 : 현실이 슬프다. 남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질문이라도 던져 봤느냐는 것이다. 대부분 직업을 선택할 때 얼마나 나에게 적합할까가 아닌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안정되게 살아가느냐를 주로 삼는 것은 문제다.

▲ 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를 반대하는 피켓팅을 지난 1일 우리의 교육지표 기념비 앞에서 진행했다.

학생들에게 선택권 부여해야
사 : 글로벌잉글리쉬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생각을 하는가.
류 : 먼저 선택제로 바꿔야 한다.
서 : 사실상 폐지를 요구하고 싶지만 시험을 필요로 하는 학생도 있다. 선택제를 마지노선으로 정한 것이다. 학문을 배우고 싶은 학생들에 대해서도 대학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시험제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는 대학에서 고민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 : 앞으로 대학교육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 하는가. 학생으로서 바라는 점을 듣고 싶다.
류 : 활발하게 학생들과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제도이든 시행할 때는 학생과 이야기해야 한다. 어떤 수업이 듣고 싶은지도 대학이 학생들에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다.
이 : 대학이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취업공부는 물론이고 보다 자유롭게 공부할 수있도록 학생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대학이 할 일이다.

사 : 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서 알고 싶다.
서 : 내부적으로 더 이야기를 해봐야 될 것 같다. 서명운동과 함께 글로벌잉글리쉬를 반대하는 이유를 담은 유인물을 배포할 예정이다. 또 취업을 준비하는 동아리들의 의견도 토론회를 통해 듣고 싶다. 글로벌잉글리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반대를 표현할 수 있는 장도 만들고 싶다. 함께 하고 싶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글로벌커뮤니케이션잉글리쉬를 거부하며(facebook.com/opposenglish)'로 연락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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