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세대에 맞춰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지적도

▲ 두 여학생이 경영대 1호관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게시판에 붙은 경영대 증권관련 동아리의 홍보물을 보고 있다.

‘대학생이 되면 동아리 한번 해봐야지.’
누구나 한번 쯤 해봤을 생각이다. 하지만 요즘 동아리를 하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신입생 때부터 취업을 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동아리 유지를 힘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때 줄을 섰던 영어동아리마저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한다. 과거에는 전교생의 60%가 동아리 활동을 한 시절도 있었는데 어쩌다가 동아리가 시든 꽃이 된 걸까?
용봉문학회 등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동아리들이 사라지며 맥을 못 추는 반면 증권, 공모전동아리 등 취업관련 동아리는 2000년 대에 들어서 잘 나가는 중이다. 대외적 활동을 하며 눈에 띄는 결과물을 얻길 원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찾고 있기 때문이다.
공동체 생활보다는 개인에게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요즘 학생들에겐 ‘동아리’하면 떠오르는 ‘친목’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 선배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거 동아리의 전성기 시절을 들여다보고 저물어가는 우리 대학 동아리의 현재를 살펴보았다.

지금 우리 대학은 취업동아리가 대세
계속되는 취업난에 신입생 때부터 공모전, 증권 등 취업관련 동아리를 통해 스펙을 쌓으려는 학생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취업중심의 신흥 동아리가 성장하는 원동력이 됐다. 경영대만 해도 취업관련 동아리가 200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현재는 11개 동아리에 280여명의 학생이 활동하고 있다. 공모전 동아리 ‘useful’ 회장 김정관 씨(경영·09)는 “올해에 공개수업에만 80명이 왔고 면접에는 60명이 몰렸다”며 “2007년 동아리가 생긴 이후 해마다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의 요구가 많아지다 보니 신입생 때부터 취업 준비를 해 지원연령이 어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활발히 활동하던 영어 동아리마저 토익학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대학 영어 동아리 ‘BBC’의 경우 50여명의 회원이 모여 공간이 부족했던 90년대와 달리 현재는 점점 인원이 줄어 12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 박광윤 BBC 회장은 “홍보를 하지 않아도 사람이 오는 때는 지났다”며 “인터넷이나 지인, 게시판을 이용한 홍보는 필수다”라고 말했다.

시대 변화, 동아리 인기 감소
1960년대 동아리 활동이 시작된 후 1990년대까지 인기의 절정을 구가하던 중앙동아리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는 50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중앙동아리 시스템에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동아리의 전성기인 1980년대에는 등록된 동아리 수가 207개에 이르기도 했다.  100명 이상의 회원들을 보유한 동아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민기채 씨(98년 동아리연합회장)는 “당시는 별다른 홍보 없이도 신입회원이 계속 들어오던 때였다”며 “문예, 봉사, 종교, 체육, 학술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인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요즘의 중앙동아리를 보면 많은 동아리들이 예전의 명성은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감소했다.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 이상 현재 동아리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실재로 회원수가 110명에 이르렀던 합창반이나 많은 문학인을 배출한 용봉문학회는 신입 회원이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다가 사라졌다. 이 외에도 사라지거나 운영이 어려운 동아리들은 여전히 많다.

민 씨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높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 학생들에게 동아리 활동은 사치일 수 있다"며 “온라인 공간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는 것도 동아리 침체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친목 중심의 동아리 활동과 학과 활동을 병행하기 어려운 점을 동아리를 하지 않는 이유로 꼽기도 했다. 박소희 씨(경제·14)는 “과 생활과 동아리를 병행하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고 술을 자주 마신다고 들어서 동아리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은수 씨(생명과학기술·14)도 “동아리를 하면 친목에 시간을 많이 써 학교 공부할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동아리가 친목 활동에 비중을 두면서 동아리만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소은 씨(의류·13)는 “동아리만의 정체성이 많이 퇴색됐다”며 “동아리 성격과 상관없는 친목 중심의 행사가 많은 동아리도 많다”고 말했다.

선율이나 그립 등 일부동아리와 같이 신입 모집이 잘 되는 동아리도 있지만 중앙동아리의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동아리 문화 형성 주체들의 큰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민 씨는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학우들의 요구는 과거의 프로그램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며 “동아리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주제로 자기변화 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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