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틱 협동조합 올해로 2년째 열어, 학생 “즐길 수 있는 일 찾고 싶어”

후문의 에포케, ‘취미박람회’ 행사를 알리는 광고판을 지나치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다녀간 사람들의 손글씨가 적힌 포스트잇이 아기자기하게 걸려있었다. 문 안으로 들어서자 보이는 색색의 리본과 스케치북, 크레파스는 취미박람회에 왔다는 것을 실감나게 했다.

올해로 2회째 열리는 ‘취미박람회’ 취재를 위해 후문으로 향할 때까지만 해도 기자는 화려한 ‘취업박람회’의 모습을 떠올렸다. 하지만 화려함 대신 새로움과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온 20대들은 저마다 자신의 취미를 찾는 일에 집중했다.

행사를 주관한 아모틱협동조합 신승준 씨는 “정답만을 요구하는 사회에서 의무교육을 받아온 청년들은 대학 졸업 때까지 자기 자신을 잘 모른다”며 “취미박람회를 통해 청년들이 취미를 갖고 자신을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왜 취미일까. ‘곰손’ 팀으로 참여한 오승희 씨(식품공학?12)는 “취미를 물으면 대부분 ‘독서, 음악감상’이라고 한다”며 “진짜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쯤 갖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으로 만드는 일을 좋아했던 오 씨는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함께 ‘곰손’이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는 “모여서 수도 놓고 팔찌도 만들다가 우리의 취미를 소개하고 싶어 참여했다”고 전했다.

요즘은 자신의 취미를 인터넷 검색창에서 찾는 학생들도 많다. 그만큼 자기소개서의 ‘취미’칸은 우리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됐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쓰는 칸이지만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 고민에 빠지는 것이다. 취미박람회를 찾은 이종국 씨(경영?10)는 “하고 싶은 건 많아도 스펙을 쌓느라 다들 휴학을 하고 각종 시험 준비와 인턴에 매달린다”며 “취업박람회는 ‘높은 꿈, 야망을 가져야한다’는 공격적인 주제로 자신을 돌아볼 기회는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 오세진 씨(뒤)와 기가람 씨(앞)가 리본만들기 모임인 예그리나에서 리본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이번 취미박람회에는 애초 계획보다 적은 팀이 참여했다. ▲감성충전(예술치료) ▲곰손(핸드메이드아트) ▲북구건강보건센터(정신건강검진) ▲심비오협동조합(여행계획가이드) ▲예그리나(리본공예) 팀이 참여했지만 참가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너가 많지 않아 아쉬움도 남겼다.

오세진 씨(조선대)는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면서도 “단순한 소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뭐가 좋은지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기가람 씨(조선대) 역시 “좀 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며 “상대적으로 시간과 여유가 많은 대학생들이 취미를 갖도록 많은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두 학생이 예술치료 모임인 ‘감성충전’에서 그림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취미박람회는 미숙한 부분이 보이기도 했다. 볼거리로 가득한 다른 화려한 박람회에 비하면 더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주목되는 것은 아모틱협동조합이 ‘청년 스스로 건강한 인생을 디자인하는 세상’을 꿈꾸며 청년문화공간이 부족한 광주에 지속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열정이 있어야 할 20대가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에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현실이 슬프다”는 이수진 씨(25)의 말처럼 위축돼있는 청년들을 위한 아모틱협동조합의 취미박람회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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