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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와 축제■ 1530호 다시생각하며
이용식 교수(국악)  |  news@cnumed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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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3.06  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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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이 새로움은 설렘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새로움은 신명나는 축제의 열기로 인해 더욱 설레어지는 것이다.우리 민족에게 새해의 시작은 음력 설이다. 음력 설부터 대보름까지 전국 도처에서 한해의 모든 액운을 막고 가정과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을축제가 열린다. 나는 이 기간에 전라남도 벌교와 고흥의 마을굿을 조사하면서 갑오년을 시작했다.

굿을 거행하는 날짜는 마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정월 대보름날 많이 거행하는데, 1년의 액운을 대보름 달로 막고자 하는 것이다. 대보름 전날 자시(子時, 밤 11~1시)에 마을의 수호신을 모시는 당에 올라 경건하게 제사를 드리는 것으로 마을굿은 시작한다. 제사는 철저하게 유교식으로 치른다. 전통사회에서 대보름날에 거행되는 마을굿이 민중이 주체가 된 떠들썩한 잔치인데 비해 전날 밤의 유교식 제사는 양반이 주체가 된 경건한 의식이었다. 즉 대보름굿은 양반과 민중, 무교(巫敎)와 유교가 어우러지는 마을축제인 것이다.

대보름날 아침에는 마을 사람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마을을 지키는 오방신에게 제의를 드린다. 이어서 풍물패가 집집마다 다니면서 마당밟이를 치는데, 이는 지신(地神)을 밟아 한 해의 액운을 물리는 의례이다. 저녁이 되면 휘영청 밝은 대보름달 밑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달집을 태우면서 한해의 소원을 기원한다. 그리고 남녀노소가 어우러져 흥겨운 풍물가락에 한바탕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면서 하나가 된다. (올해에는 최고의 히트곡이 <내나이가 어때서>였다.) 이 순간은 신과 인간이 합일되어 절정의 해방감을 느끼는 대동의 한마당이다. 잔치를 마치면, 축제의 음식을 조금씩 남겨 축제에 초대받지 못한 잡귀잡신을 대접한다. 마을을 지켜주는 오방신도 중요하지만, 잡귀잡신까지 모두 대접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이렇듯이 아름다운 우리의 마을축제가 일제 강점기에 ‘미신’이라는 명목 하에 탄압받았다. 민중이 한데 어우러지는 대동성을 두려워한 일제의 처사였다. 그리고 이런 억압은 새마을운동 시기까지 혹독한 시련을 겼었다. 오랜 세월 음지에서 거행되던 마을축제가 최근에 마을 어르신들을 주축으로 전국 곳곳에서 부활하고 있다. 마을굿이 그나마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한 채 오늘날까지 가장 활발하게 전승되는 곳이 전라남도 해안 지역이다. 이 지역의 소위 ‘반골기질’이 전국에서도 가장 강하기 때문에 민중이 주체가 되는 마을굿이 지속될 수 있었다고 한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신입생 환영회, 개강 모임, MT 등의 축제가 계속된다. 우리의 축제는 대부분 술과 노래만 난무하고, 선배와 후배의 철저한 상하관계가 술자리를 지배한다. 축제의 정신은 사라지고 껍데기만 남은 결과이다. 일제와 군부독재의 쓰라린 유산이 21세기의 축제에도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의 축제는 남녀노소가 어우러지는 평등성과 대동성, 모두에게 열려있는 개방성과 보편성, 모든 세속적 구속에서의 해방성 등이 구현되는 한마당이다. 이런 축제의 정신이 살아있어야 설레는 맘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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