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주민이 지난 12일 만성리 해수욕장 해변가에서 돌의 기름을 닦고 있다.

지난달 31일 다신 없을 줄 알았던 일이 일어났다. 전남 여수에서 접안 중이던 유조선 우이산호가 부두와 접촉하면서 육상과 연결된 송유관을 손상시켜 기름이 유출돼는 사고가 벌어졌다. 여수 시민들의 기억 속에 지난 씨프린스호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기름유출 사고 직후 16만 리터에 달하는 원유와 나프타 등이 전라남도 여수·광양, 경상남도 남해·하동 등의 해안가를 따라 급속하게 퍼졌다. 특히 원유와 함께 유출된 나프타는 1급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어서 피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수 신덕마을 방제작업 계속

사고 12일째, 기름유출 사고지점인 여수 신덕마을을 찾았다. 지난 11일 오후 2시 마을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바다 냄새와 함께 기름 냄새가 뒤섞여 코끝을 찔렀다. 마을에서 주민들을 볼 수 없었고 기름유출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로 지은 천막 주변에서만 주민들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흰 방제복을 입고 돌과 자갈에 붙어서 매서운 겨울 바닷바람도 잊은 채 기름을 닦아내고 있었다. 기름을 닦는 주민들에게 일은 언제까지 하시냐는 질문에 한 주민이 방제 작업에 굳은 허리를 펴시며 “아침 여덟시 반부터 오후 다섯 시까지 닦는다”며 한탄했다.

▲ 둥글게 모여 앉아 기름때를 제거하는 주민들.

육지에서는 일일이 돌과 자갈을 닦는다면, 배 위에서는 물로 부둣가 돌의 기름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수압이 센 제거장치 때문에 작은 배가 연신 흔들리며 힘든 주민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제거장치로 바위에 붙은 기름을 제거하던 주민분이 지치셨는지 다른 주민분과 교대하고 배 한편에 몸을 누이신다. 신덕마을 주민들의 고통은 이뿐만이 아니다. 방제복을 입었지만 유독물질인 나프타와 유성혼합물이 섞인 기름에 12일 째 노출된 주민들은 두통부터 시작해 구토현상 등을 호소하고 있었다. 신덕마을 조종수 할아버지(80세)는 묵묵히 돌을 닦으시며 말했다.

“오늘도 코가 째리고 눈물이 많이 나서 병원에 갔다 왔지.. 여기 모두가 똑같이 다 아프면서도 꾹 참고 하는거지 뭐.”

여수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 원유 자갈 침투 문제

12일 오후 2시 사고지점인 신덕마을에서 6km 정도 떨어진 평촌마을의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을 찾았다. 여수 해양경찰은 쓰레기를 줍고 있었고, 주민들은 돌을 닦고 있었다. 겉보기에 자갈은 멀쩡해 보였다. 그러나 평촌마을 주민 박 씨는 “기름이 밑으로 새어 들어 겉보기만 멀쩡하다”며 “포클레인으로 자갈을 모아 거대한 솥에 삶아내야 된다”고 했다. 실제 해변가에는 자갈을 긁어모으는 포클레인 3대와 모은 자갈을 삶는 거대한 솥이 곳곳에 있었다.

▲ 여수 기름유출로 인해 대민지원 나온 해양경찰의 모습.

울퉁불퉁한 자갈위에 모여 앉은 평촌마을 주민들이 삶아진 자갈에 묻은 기름을 닦아내고 있었다. 기름을 닦으시던 심 씨는 “관광지인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 이미지 손상이 우려된다. 하루빨리 옛 모습을 되찾으려 주민들의 80%가 기름을 닦고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피해는 신덕마을과 같았다. 이른아침부터 해질녘까지 8일 동안 기름을 닦았다는 심 씨는“처음 기름을 닦던 3일간은 호흡이 불가능할 정도였지만 지금은 거의 다 나은 상태다”고 전했다.

▲ 여수 신덕마을의 부둣가의 기름 때를 제거하기 위해 띄운 흡착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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