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양우석 감독과 지난 6일 우리 대학 역사관에서 만났다. 청년 세대에 대한 연민이 깊은 그는 "청년들의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식상의 민주주의는 발전했으나 진정한 정치 발전 못 이뤄
답답한 현실 뚫고 나가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정치적 연대 필요
정치 발전 없이 우리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

양우석(45)은 아깝다. 천만 감독, 충무로의 신데렐라라고만 불리기에 그가 가진 색은 너무 많다. 학원 강사, 웹툰 작가, 영화 프로듀서에서 영화감독까지. 변화무쌍한 삶을 살고 있는 인물. 그는 청년 세대에 연민이 깊은 사람이었다. 청년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그는 이 답답한 현실을 청년들이 정치적 연대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화감독 양우석이 아닌 인간 양우석을 지난달 6일 우리 대학 역사관에서 만났다. 
말투와 표정은 담담했으나 진지했고 그 진지함에는 시대에 대한 고민, 청년 세대한 연민이 함빡 담겨있었다. 자신을 지금의 삶에 이끈 것은 호기심이라고 말하던 그.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청년 세대에 대한 연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멘티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사회 초년생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은 큰 상처를 갖고있었다. 답답한 현실에 지쳐있었고 나조차 믿지 않는 그들을 보며 오죽하면 저러나 싶었다. 대한민국이 짧은 시간 동안 빛과 그림자가 있는 시대를 지나 만들어졌던 만큼 이전 세대들을 늘 무엇인가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어쩌면 처음으로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 세대가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미안했다. 뒷 세대가 치고 나오지 못하면 우리 세대는 장기 집권할 것이고 수혜자가 될 것이다. 선배는 쓰러졌고 후배는 쫓아오지 않고… 전쟁이 끝났는데 고참병, 신참 다 죽고 우리끼리 살아남아 전쟁터를 헤매고 있는 기분이 든다.

청년 세대는 방법을 모른다. 답답한 현실이지만 이 현실을 어떻게 뚫고 나가나.
정치적 연대가 필요하다. 화염병 던지던 시대는 지났으나 연대는 늘 필요하다. 청년 실업 등 청년 문제는 개인의 잘못이 아니다. 또한 개인에게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청년들은 청년 복지를 주장해야 한다. 한국은 복지 1세대로 복지를 준비 중이다. 노인 복지에 힘쓰는 현실에서 청년 복지로 초점이 맞춰지게 해야 한다. 청년 복지는 투자고 노인 복지는 비용이다. 이 사실을 청년들을 알아야 한다.

청년 복지 주장, 이 부분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인들이 노인 복지에 힘을 쓰는 이유는 선거에서 표가 되기 때문이다. 대선에서도 청년 관련 이슈가 적었던 것은 표가 안돼서다. 정치 발전 없이 우리 삶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단임제 없애라!, 대선거구제 해라!’ 주장해라. 형식상의 민주주의는 발전했으나 진정한 정치 발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만들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여러분의 이익을 지키고, 나라의 이익을 위해 말이다. 청년은 무식할 수 있다. 그게 자랑이다. 물론 내 세금은 더 들어가겠지(웃음).

성공하기 위해서는 운과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앞서 말한 바 있다. 재수 없으면 성공 못할 수도 있다는 건가.
운동을 해보니 알겠더라. 성공의 여부는 부상의 여부다. 부상은 솔직히 그 선수 탓일 때가 많다. 운동 전후에 몸을 제대로 안 풀었기 때문이다. 재능을 믿고 게을리 하면 부상이 온다. 운과 조건이 맞아야 한다고 했던 건 이걸 의미한다.

영화 <변호인>은 어떤 운과 조건이 맞았나?
이 이야기는 20년 전부터 지켜본 일이라 잘 알 수 있었다. 호기심이 생기면 끝까지 파는 성격이거든. 스크랩도 부지런히 했다. 또 故노무현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 이야기였기에. 그리고 우리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던 이유, 관객들이 가장 잊었던 사실을 깨닫게 했기 때문 아닐까.

본인이 생각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나
신념과 성찰이 만들어낸 결정체였다. 본인이 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의심한다. 그는 항상 성찰이라는 망치로 자신의 신념을 두드리며 단단하게 만들었다.

신입생 예비대학 강연(양우석 감독은 이날 인터뷰에 앞서 우리 대학 신입생 예비대학에서 강연했다)에서도 그렇고 성찰을 강조하던데
영화 속 차동영(곽도원)이나 송우석(송강호)의 차이는 의심하고 생각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다. 송우석은 직접 목격하고, 깨닫고, 재차 묻는 과정에서 변화하는 인물이다. 반면 차동영은 그렇지 않다. 성찰이 부족한 시대에서 상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안다. 하지만 상상력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는 거다. 역지사지가 상상력의 기본이다.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된 삶을 살 수 없다.

앞선 강연에서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라는 말’이 인상 깊었다. 경험담인가.
개인적 경험은 아니고. 한국 사회가 센 편이다. 어떻게 보면 청년 복지 문제가 대두되지 못하고, 심각한 문제임에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한국 부모들이 자식을 어마어마하게 책임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만큼 속박도 심하다. 해주는 것만큼 요구한다. 물론 불안감에서 비롯된 요구라는 것은 안다. 그럼에도 한국은 너무 끈적끈적한 관계다. 자식에게 요구도 많고, 자식은 부모 탓도 많이 한다. 이런 건 벗어나야 한다.

▲ 우리 대학 역사관을 둘러보고 있다.

웹툰 <스틸레인>을 봐도 그렇고 주로 역사적, 정치적 이야기를 하던데 관심이 많나?
진짜 관심 있는 분야는 SF다. 다만 아무도 이야기 꺼내지 않기에 꺼냈을 뿐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나다. 소재는 어디서 얻나?
호기심! 당연 호기심이다. 고등학교 때는 물리를 싫어했지만 SF에 관심이 생기고, 공부하니 굉장히 재밌더라. 화학도! 호기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 배우는 즐거움은 소중하니까

욕망은 삶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본인의 욕망 무엇이었나.
영화였다. 대학 때 학원강사를 할 때 내 생에 가장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럼에도 그만 둔 건 내 꿈을 너무 오래 방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지금도 그렇고, 영화는 다양한 분야를 넓고 얇게 알 수 있는 직업이니까. 의사는 평생 의사 공부만 하지 않나.

지금의 호기심은?
IMF 외환위기다. 김수영 시인의 시들과 최인훈의 광장은 6·25 전쟁의 본질을 보게했다. 생생한 아픔 속에서 정확히 봤다. 전쟁 다음으로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사안은 IMF다. 이때 자살률과 가족 해체가 급증했다. 돈이 없어 비극이 일어난 것이다. 사회가 무너졌던 때. 그런데 IMF를 제대로 다룬 콘텐츠가 없다. 당연히 나왔으리라 생각했는데 없더라. 공부를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어쩜 이렇게 없을 수 있나. 저 멀리 소말리아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르는 게 없다. 능력자 같다. 능력자라고 생각해 본 적 없나.
능력자 절대! 호기심이 많을 뿐이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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