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맞아 대학을 떠나는 것은 학생들만이 아니다. 오는 2월 13명의 교수가 정년퇴임을 맞아 우리 대학을 떠난다. 그 중 나간채 교수(사회)를 만나 그가 남은 이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1981년 9월 전임 강사로 강단에 선 나 교수가 본 우리 대학의 모습은 지금과 많이 달랐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상처가 남아있는 교정은 최루탄 연기로 덮여 있었고, 학내에 상주하는 사복 경찰이 학생들의 가방을 뒤졌다. 그는 “최루탄 연기에 학생과 교수들의 눈물이 끊이지 않았지만 학생들의 눈빛은 살아있었다”며 “그들은 옳고 그름의 분별과 그 실현을 위해 싸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 교수는 “지금은 학생들에게서 진실에 대한 열정, 결단력 같은 과거의 모습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취업 걱정이 없던 80년대와 다르게, 90년대 이후의 학생들은 취업에 쫓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자긍심, 정의감, 독기’를 강조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비열하게 행동하지 않는 자긍심,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실천하는 정의감, 자기 자신에게 엄격한 것이 독기”라며 “이런 것 없이, 순간의 이익만을 좇다가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될 뿐이다”고 말했다.

“대학이 점점 회사와 비슷한 형태로 변해가고 있다”는 나 교수는 우리 대학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경쟁주의의 심화는 전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 대학만이라도 경쟁주의를 뛰어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섰던 우리 대학의 역사 속에서 정신적 가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33년 교직생활을 돌아보며 “동료로서, 교수로서, 지식인으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며 “재밌게 살았고 보람도 많이 느꼈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떠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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