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의 해가 밝았다. 지난 일 년은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한 살을 먹는 정초의 시점에서 바라본 그 때는 참으로 일이 많았다. 특히 고려대생 주현우씨가 건넨 ‘안녕들하십니까’의 물음으로 전국 대학에서 안부의 소식이 되돌아왔다. 12월의 끝자락에 새겨진 대자보의 물음이 지난 시간을 대변한다. 대자보의 열풍을 두고 언급되는 세간의 다양한 분석은 잠시 제쳐두고, 안부를 묻는 ‘심리’ 와 이에 화답하는 개개인의 ‘심리’는 어떻게 생겨나는 지에 대한 물음을 떠올리게 된다.

나는 당신이 궁금하다. 그냥 그러고 싶다. 가끔씩은 삶의 면면 속 그대가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 자신 조차도 진정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를 때가 많지만 당신이 궁금하다.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이 버젓이 눈에 밟히지만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 그 현실에는 지켜야 할 것은 지키지는 않고, 말해야 할 것은 말하지 못하는 답답함이 담겨있다. 우리는 안녕하지 못하는데, 왜 안녕한 ‘척’을 해야 하는 지의 이유를 말하지만, 오히려 그 ‘이유’를 의식하게끔 만들어진 이상한 현실이 자꾸만 밟힌다.

나는 당신이 궁금하다. 그냥 그러고 싶다. 때때론 당신이 무얼 하는지 관심이 적지만, 그래도 당신이 어떻게 사는 지 궁금하다. 자연스러움을 동반한 궁금증. 당연함에 방점을 찍고, 다시 한번 그에게 물었다. 말하지 않는다. 궁금한데, 왜 말하지 않는가. 정부의 ‘수서발 KTX 민영화 논란’, ‘국가권력의 대선개입 의혹’ 등 수 많은 우리 사회의 쓰림이 가득한데, 그럼에도 양심이 살아있노라고. 이렇게 되묻는다. 이에 굳이 정부의 모든 의혹들을 비판하고, 곱씹어 봐야 하는지에 대한 반동이 튀어 오른다.

물음의 자연스러움과 반동의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움과 자연스러움이 맞부딧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걸까. 햇빛으로 하여금 일어난 무지개의 빛깔처럼, 사람 개개인에게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조그만한 불합리에도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공분감을 느낌에 건네는 물음과, 단순히 어느 누군가가 일상적인 안부를 건네는 물음에는 ‘당연함’이란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은 다양하다. 각자의 빛깔에 견줘 그 자연스러움에 대해 이해한다. 뒤이어 개개인의 생각들이 터져 나온다.

그래도 나는 당신이 궁금하다. 그냥 그러고 싶다. 우리는 그 동안 많이 참고 또 참아왔다. 이제는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되물음이 누군가에게 힘을 줘야 하지 않겠는가. 하다못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못 할지어도 내 주변 환경 미화원, 비정규직 교수들의 목소리를 듣고 논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또 묻는다. 말하기를 주저한다. 말하더라도 현실적인 제약이 있으니 지금은 공부에 전념하고 나중을 기약해야 하는 서글픈 생각들이 피어난다.

나는 당신이 궁금하다. 그냥 그러고 싶다. 그렇다면 그 끈만큼은 놓지 말자. 안부를 묻고자 하는 궁금함을 끈덕지게 갖되, 각자의 자연스러움에 대해 논의하자. 여전히 난 당신이 궁금하다. 그리고 당신에게 말을 건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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