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 중머리재에 오른 광주시민들의 모습.
새벽이 깊어지자 고요한 산이 꿈틀댔다. 지난 1일 오전 2시 30분경, 무등산 국립공원 입구는 여전히 환히 불을 밝힌 카페와 편의점, 그리고 산 위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드는 사람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아빠 손을 꼭 잡은 꼬마부터 백발이 성성하지만 정정해 보이는 노인까지 등산객들은 각양각색이었다. 몇몇은 입구에서 단체사진을 찍거나 손을 모아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절인 증심사를 지나자 곧 울퉁불퉁한 바위와 흙이 어우러진 ‘진짜 산길’이 나타났다. 이곳부터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깜깜했다. 휴대폰 불빛으로 발밑만 간신히 밝히며 올라야 했으나, 주위 사람들의 불빛이 더해지자 야간산행은 더 이상 막막하지 않았다. 수십 개의 불빛이 줄을 이었고 산행 속도는 빨라졌다.

하지만 얼마 전 내린 눈 때문에 경사를 오르기는 쉽지 않았다. 미끄러졌다가 간신히 나무를 붙잡고 한숨을 쉬는 사람이 늘어났다. 한 남학생 무리는 “서석대까지 올라가기 힘들 것 같다”면서도 “중머리재까지는 올라가자”며 다시 의지를 다졌다.

힘겹게 중머리재에 도달한 시각은 오전 4시 30분경. 일출 예상 시각인 7시 30분보다 많이 이른 시간이었다. 여전히 깜깜한 가운데 담요로 몸을 감싸고 잠시 눈을 붙이는 사람, 추위를 잊기 위해 일부러 큰소리로 떠들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 컵라면이나 따뜻한 차로 몸을 녹이는 사람 등 새해 첫 해를 기다리는 모습들은 다양했다.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무성한 억새밭 사이에 몸을 숨긴 강명원 씨(24)는 “무등산 일출이 유명하다는 소리를 듣고 큰맘 먹고 와봤는데 고생만 하는 것 같다”며 “그래도 해를 보면 추위에 떤 보람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출 예상 시각이 가까워질수록 서서히 주변이 밝아졌다. 사람들의 눈빛이 기대감에 빛나기 시작했다. 일출 예상 시각이 다가올수록 중머리재에 모인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 곳만 바라보았다.

마침내 7시 30분. 하지만 구름만 자욱할 뿐, 붉은 해는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얼굴이 기대감에서 점점 실망감으로 변해갔다. 끝내 8시가 다되도록 해는 보이지 않았다. 일출을 보러 무등산에 온 건 처음이라는 김민재 씨(40)는 “힘들게 올라오고 추위에 떨면서 기다렸는데 (해를 보지 못해)허무하다”고 했지만 새해 ‘액땜’이라고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이처럼 많은 이들이 허탈한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지만 새해 첫 산행을 즐겼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였다. 다시 올라왔던 길로 내려가는 사람들의 표정은 밝았다.

수천 명도 넘어 보이는 등산객들이 중머리재를 가득 메우고 오고가는 모습은 역동적이고 희망찬 한해를 상징하는 듯 했다. 한 연인은 “해는 보지 못했어도 새해는 밝았으니 한해를 힘차게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서석대와 입석대 등에서는 붉고 또렷한 해가 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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