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솥비빔밥엔 계란이 두 개나 들어가는데 계란값이 10년 전보다 갑절로 올랐어. 밥값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단 말이야. 거기에 카드 수수료까지 내면 정말 남는 게 없지.”

우리 대학 경영대(상대) 근처에서 ‘ㅇ’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ㄱ 씨는 ‘왜 카드를 잘 받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어려운 속사정을 털어놨다.

편리함을 이유로 카드를 내미는 학생과 현금을 원하는 상인들. 상대를 찾아 직접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생은 편리, 상인은 불리
상대 근처에 일렬로 늘어선 식당가.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되면 다양한 음식과 저렴한 가격 때문에 자연스레 상대로 발걸음을 옮긴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식당 주인에게 내밀지만 카드를 손에 쥔 주인의 표정은 밝지 않다. 카드결제 자체를 거부하는 식당도 상당수다.

실제로 상대에 위치(인문대 쪽문부터 R&B 문구점까지 기준)한 57곳의 식당을 조사한 결과 카드를 받지 않은 곳은 11곳에 달했다. 김학미 씨(경영·11)는 “계산을 하려는데 카드를 받지 않아 현금을 인출하러 갔다 온 적이 있어 불편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카드결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편리함 때문이다. 강다솔 씨(분자생명공학·09)는 “매번 지폐를 소지하기 어렵고 잔돈을 받는 것도 번거로워 카드를 더 선호한다”고 밝혔다.

카드결제에서 소액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여신금융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1만원 이하 결제 비중은 지난 6월 39.2%를 기록했다. 2011년과 비교해 7.3% 증가한 수치다.

이런 현상은 상대 식당가에 그대로 적용된다. 밥값이 비교적 저렴해 대부분 결제 비용이 1~2만원을 넘지 않기 때문이다. 카드결제가 전체 결제건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ㅁ’ 식당 주인 ㄴ 씨는 “카드는 하다못해 10원을 긁어도 수수료가 꼬박꼬박 나온다”며 “현금이 없다면 카드를 받는 게 당연하지만 3,000원짜리 김치찌개를 먹고 카드를 내미는 학생을 보면 참 야속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기본, 단말기 임대료에 용지비도
현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2.5~3% 정도로 형성된다. 체크카드는 이보다 1% 가량 낮다. 카드 소지자가 10,000원을 결제하면 상인들은 약 9,700원 정도를 가져가는 구조다. 이른바 ‘몇 백원 떼기’ 장사를 하는 상대 상인들에게 이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카드결제로 인한 상인들의 부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추가 소요 비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ㄷ’ 식당을 운영하는 ㄷ 씨는 “카드 결제단말기 임대비가 한 달에 3만원이 나가고 카드 결제용지는 한 묶음에 7만원씩 한다”며 “하는 일도 바쁜데 복잡한 카드 결제과정에 소모되는 인력 낭비까지 생각하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상인들의 부담은 갈수록 가중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정부는 2011년 신용카드 결제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1만원 이하 카드 소액결제를 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반발 여론이 거세 지금은 폐기 처분된 상태다.

침체된 상권도 카드결제 부담
상권의 불경기는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카드결제는 상인들에게 더 혹독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취재를 하며 만난 상대 상인들은 하나같이 ‘장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예전만큼 수익이 나지 않는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상인들은 앞서 ㄱ 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재료값은 과거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밥값은 그대로인 상대 상권의 특수성을 침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ㄱ 씨는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라 물가가 올라도 음식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다”며 “마진을 남기기보단 하루하루 현상 유지한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상대 식당을 자주 찾는 진영준 씨(경영·09)는 “현금만을 원하는 식당이 있어 불편함도 있지만 밥값이 워낙 싸다 보니 상인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며 상인들의 사정에 공감했다.

한편 상대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학생들의 식습관 변화를 꼽는 목소리도 있다. ㄱ 씨의 식당에서 일하던 한 종업원은 “상대에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카페와 편의점이 많이 생기고, 밥버거나 토스트 같은 대체 음식도 많이 팔아 전통적인 밥집은 갈수록 설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밥 때에는 꼭 밥을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희박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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