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암동 롯데슈퍼가 롯데마트로 증·개축이 허가나 영세상인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사진은 북구 대형마트 입점저지 대책위원회에서 증·개축 반대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요즘 사람들은 다 대기업, 공무원에 지원합니다. 실패하면 자영업에 뛰어듭니다. 먹고살아야하니까 슈퍼라도 한번 해보자. 카페라도 해보자. 이런 심정인거죠.”

전국적으로 자영업자 종사자가 약 35%에 해당한다. 특히 광주에서 자영업 종사자는 8,132명으로 6개의 광역시 중 세 번째로 많다. 타 지역보다 자영업자가 많지만 인구밀도대비 대형마트 비율은 2위에 해당한다.

사자와 왜소한 소의 싸움
“내가 무능해 모든 게 잘못됐다.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마트를 운영하던 50대 남성이 지난 4월 나주 저수지에서 자살했다. 생전에 그는 북구 오치동에서 동네 마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근에 대형마트가 새로 들어서면서 경영난에 부딪혔다. 우울증까지 생긴 그는 결국 자살을 선택했다.

대형 기업 때문에 일어난 피해 사례는 이 사건만이 아니다. 광주에서는 지난 14일 북구 운암동 롯데슈퍼 증축이 허가됐다. 남양주택은 롯데슈퍼 증축을 신청하며 기존 약 400평의 롯데슈퍼를 철거하고 약 3,200평의 롯데마트(롯데마트 첨단점 약 2,800평)를 증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북구청은 ▲재래시장과 영세상인 보호 ▲교통 혼잡 ▲유통산업발전법(유통산업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발전을 꾀하고,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세우기 위한 법) 위반을 이유로 증축을 불허했다. 이에 남양주택은 “영세상인 보호는 사업자 차단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을 통해 보호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욕구가 충족되고 고용과 소비의 창출로 지역경제가 활성화 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운암동 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입점저지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해 남양주택에 저항했다. 남양주택이 신청할 당시의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점포의 이전과 입점(신축)을 제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경우는 증·개축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리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영세상인 보호는 건축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 또한 남양주택 측의 말대로 안전과 미관개선 효과가 있는 점을 보아 불허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정현오 대책위원장은 “이번 판결은 1명을 살리기 위해 수백, 수천 명을 죽이는 것이다”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건 지역경제를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며 “남양주택이 주장하는 건 마치 사자와 소를 한 우리에 집어넣어 소를 먹겠다는 것이다”고 비유를 들어 설명했다.

대책위에서 활동하며 작은 도서관을 운영하는 ㄱ 씨는 “고용 창출이라고 해도 비정규직들만 양산된다”며 “또한 마트가 번 돈은 모두 서울 본사로 올라가기 때문에 오히려 지역경제가 무너진다”고 말했다. 정 씨의 비유처럼 대형마트와 중소자영업마트 간의 경쟁은 불합리적인 구도다. 대자본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대형마트는 대량 물량공급을 통해 저렴하게 상품을 제공한다. 또한 편리한 시설로 중소상공인 보다 우세한 위치를 점해 자영업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소비자들도 대책위의 의견에 동조했다. 1인 시위를 지켜보던 ㄴ 씨는 “대기업이 이 작은 곳에서 뭘 빨아먹겠다는 거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또 ㄱ 씨는 “과거 중흥동에서 대형마트로 모든 상가가 문 닫은 것을 보았다”며 “이번만큼은 막아 대기업이 들어서 강자만 남아있는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긴 싫다”고 전했다. 반면 일부 주민들은 오히려 대형마트를 반기는 입장이었다. 주부 ㄷ 씨(48)는 “주차공간도 있고 한 공간에서 다양한 물품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힘들지만 이겨야만 하는 싸움”
정 씨는 “대기업은 이길 수도 없고 심지어 정부의 도움도 미비하다”며 “정부가 조금만 도움을 준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특히 최근에 불통정권이 들어서고 대기업위주로 돌아가 소수의 의견은 무시되는 사회가 되었다”고 말했다. ㄱ 씨도 “법망도 중소상인을 보호하지 못하는 법뿐이다”며 “우리를 돕지 못한다”고 합법적으로도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는 현실에 불만을 표했다.
법정에서 대책위가 판사에게 “이건 증축이 아닌 유통산업발전법이 적용되는 신축이다”고 말하자 판사는 “신축으로 인정한 판례를 가져오면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영세상인 보호를 목적으로 건축법을 통해 시·도지사의 건축 제한을 인정한 판례는 없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더 심각한 사안이 되었다. 대책위는 “이번 건이 통과되면 선례가 된다”며 “앞으로 대형마트가 이런 방식으로 계속 들어설 것”이라며 우려했다.

비록 힘든 상황이지만 그들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론을 모아 알리는 것뿐이다”며 일인시위나 약식 집회 등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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