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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의 주인은 차가 아니다■ 1526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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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1.09  02:3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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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즈음, 단풍에 물들던 잎이 떨어지고 있는 깊은 가을이다. 신록이 피어나는 4월의 봄과 함께 이 캠퍼스의 자랑이다. 간혹 외지에서 오신 분들은 우리 캠퍼스를 칭찬하고 부러워한다.

‘좋은 도시란?’이란 질문에 가장 쉬운 답이 ‘걷기 좋은 도시’이다. 캠퍼스도 작은 도시다. ‘걷기 좋은’이란 단어를 쓰기 위해 갖추어야 할 몇 요소가 있다. 우선은 맑은 공기와 보기에 좋은 것들이 있는 쾌적한 환경이어야 한다. 걷고 있는 바닥의 질감이 앞의 둘을 감동을 더하거나 뺄 수도 있기는 하다. 철마다 알맞은 색을 갖춘 우리 캠퍼스는 좋은 도시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다음은 걷는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빨리 걸을 사람, 혹은 느리게 산책하듯이 걷는 사람 등 각자의 사정에 따라 그 길들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산길이나 호숫가의 길과 도시의 길과 다른 이유이다. 노인을 포함한 걷기에 불편한 사람들까지를 포함하여야 하며, 안전해야 함은 당연하다. 이 지점에서 우리 캠퍼스는 적잖이 심각하다.

캠퍼스 곳곳이 차로 가득 찼다. 용봉탑 주변은 고심어린 대안에도 불구하고, 뭔가 어색하다. 보행권을 위해 백도와 인문대 앞을 차가 못 지나가게 하면서 다른 한쪽이 더욱 복잡해지고 불편해졌다. 도서관에서 공대로 넘어가는 길은 캠퍼스의 주요 도로이면서도 항상 한쪽이 차로 가득 차 있다. 그 복잡해진 도로 위로 사람과 자동차가 얽힌다. 소위 건물에 대한 자동차의 ‘접근권’이 가장 우세한 형국이다.

쉽고 강력한 해결책으로 강력한 주차단속과 함께 주차료를 최대한 올리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런던은 도심의 주차난을 이런 식으로 해결했다. 또 하나는 건물 주위에 최소한의 주차장만 두고, 대운동장 인근에 대규모 주차건물을 짓는 것이다. 이런 경우 캠퍼스의 내부는 완전히 보행자들의 땅이 되고, 길이 된다. 둘 다 자동차를 가진 사람들의 상당한 불편과 희생을 요구하고, 후자는 많은 예산이 따른다.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고 참고 있다. 알맞게 차를 피해가고, 차가 사람을 피해가면서 말이다. 어쩔 수 없는 대책으로 간선도로로 지정된 최소한의 도로에서는 주차를 금지하고, 또 특정의 도로는 사람 중심의 길로 바꾸어야 한다. 참지 못하는 임계점에 이르러서야 해결책을 도모한다면, 합리적이지 않다. 걷기 좋은 길의 길이가 늘어날수록, 캠퍼스는 좋은 도시가 된다. 이 풍광을 두고도 만끽하지 못하기에는 이 캠퍼스는 너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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