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5일 통합진보당(진보당)의 ‘정당해산심판’을 헌법재판소(헌재)에 청구하면서 헌재의 결정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진보당의 강령과 종북 활동을 근거로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유신 정치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어떤 이유를 들더라도 국민의 동의 없는 정당해산은 민주주의의 부정이고, 현 상황은 유신 정권에 의한 의회 해산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북한 이념이 담겼다는 진보당 강령은 여타 진보정당의 것과 다를 바 없고, 여러 전문가 역시 강령과 북한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진보당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수행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부는 진보당이 언제, 어떤 일을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종북 활동이라 볼 만한 내란음모 사건은 1심 판결도 나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를 이용해 진보당을 종북 집단으로 규정했다. 정부가 내란음모 사건을 이용해 진보당에 손을 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특정 정당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고 해산시키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결정할 일이다. 그 결정은 선거를 통해 이뤄진다. 국민이 진보당을 북한의 끄나풀로 여긴다면 진보당은 선거로 국회에서 퇴출될 것이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국민을 대신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사실 관계를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정당해산심판을 여론 수렴도 없이 국무회의에서 ‘즉석 안건’으로 통과시켰고, 성급한 결정이라는 지적에 법무부 장관은 “위헌 정당이라고 판단했는데 계속 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답했다.

국민이 정부의 행보에 의구심을 품고 있는 상황에서 ‘위헌 정당임을 모르겠느냐’고 되묻는 모습에 그 당당함의 근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것이면 모를까, 지금까지의 주장의 반복에 불과하다면 국기문란의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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