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주변 하루 평균 밥버거 2,400개 팔려
학생들, 취업 준비 위해 시간 쪼개고 지출 줄이고

“88번 손님. 청양불고기 나왔습니다.”
오전 11시 20분. 금세 가게 안의 의자가 없어졌다. 10여 명의 손님들이 밥버거를 먹고 있었고 가게에 들어선지 5분 만에 주문은 5건 넘게 이뤄졌다. 점심시간이 채 되기도 전에 밀려드는 손님에 아르바이트생의 손길이 더 바빠졌다.

대학가에 밥버거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정문에 밥버거 가게가 처음 생긴 뒤 우리 대학 주변에 지난달까지 총 6개의 밥버거 가게가 새로 생겨났다(정문점 1곳, 후문점 3곳, 상대점 2곳). 6곳의 가게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2,400여개의 밥버거가 팔리고 있었다. 밥버거가 이토록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싼 게 비지떡? 밥버거 ‘아니야!’
밥버거는 1,500원에서 3,000원 사이의 저렴한 가격대, 간편한 한 끼 해결, 다양한 입맛 충족 등의 이유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주먹밥인 밥버거는 햄버거처럼 빠르고 간편하다. 시간에 쫓길 때 주로 학생들은 밥버거를 찾는다. 밥버거는 샌드위치나 햄버거처럼 한 번에 밥과 토핑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다솔 씨(국어국문·11)는 “시간은 없지만 밥을 먹어야 할 때 밥버거를 찾는다”며 “아르바이트 가기 전 잠깐 시간이 날 때나 시험기간에 주로 간다”고 말했다. 상대에서 밥버거 가게를 운영하는 박근국 씨는 “밥버거는 간단하고 저렴해 바쁜 젊은 층 위주의 음식이다”고 설명했다.

가격 대비 영양이 높고 종류가 다양한 것도 인기의 한 요인이다. 밥버거 종류는 보통 20~30가지다. 참치, 김치, 단무지, 마요네즈 등이 들어간 기본 밥버거부터 제육볶음, 돈까스, 치즈, 멸치, 라면, 치킨, 닭갈비 등이 들어간 밥버거까지 메뉴는 다양하다. 메인 토핑 외에도 치즈, 햄, 계란, 청양고추 등의 재료를 추가할 수 있어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 김믿음 씨(국어국문·12)는 “같은 가격대인 빵이나 라면보다는 영양적인 면에서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돈 없고 시간 없는 학생들에게 인기
2011년, 노량진 고시촌에 ‘컵밥’이 등장했다. 컵에 밥과 햄, 고기, 김치 등 다양한 토핑을 얹어주는 컵밥은 간편할 뿐만 아니라 2,500원이라는 싼 가격 덕분에 공무원준비생(공준생)에게큰 인기를 얻었다. 공준생에게는 밥 먹는 시간도, 매일 들어가는 식비도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현재도 노량진의 많은 공준생들은 길거리에서 컵밥을 먹고 학원으로 돌아간다. 가난한 대학생들은 뭐든지 빨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경쟁의식까지 짋어지면서 노량진 고시촌의 컵밥 풍경을 만들었다.

▲ 후문에 위치한 한 밥버거 가게의 모습.
이러한 풍조는 대학가까지 흘러들었다. 노량진 고시촌의 ‘밥의 간편화’ 현상은 대학가로, 전국으로 퍼졌다. 취업 준비 등 할 일이 늘어난 상황에서 밥시간은 자연스레 줄게 됐고, 간편한 한 끼 식사인 컵밥이나 밥버거 등은 당연히 대중들의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한 유명 밥버거 프랜차이즈의 경우 올해 초 100여개의 지점에서 634개(오픈 예정 포함, 11월 8일 기준)로 급격하게 늘었다. 후문에 밥버거 가게를 운영 중인 ㄱ 씨는 “대학 주변에 밥버거 가게가 하나씩은 있다”고 설명했다.

밥을 제 때 챙겨 먹는 학생은 드물다. 이들이 밥을 못 먹는 이유는 ‘시간 부족’과 주머니 사정 때문이다.
먼저 학생들의 평균 식비를 살펴보자.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에 따르며 대학생들의 평균 용돈은 44만원으로 이 가운데 약 30%(약 13만원)가 식비로 나간다. 하지만 하고 싶은 것도, 사고 싶은 것도 많은 대학생들에게 ‘밥’이 우선 되기란 쉽지 않다.

더 큰 이유는 ‘시간 부족’이다.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학업에 지친 나머지 밥은 뒷전이 되고 있다. 취업을 위해 대학 가고, 생계유지나 용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학생들은 바쁘다. 이처럼 시간과 돈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빨리 먹을 수 있고, 값이 싼 ‘밥버거’의 인기는 당연하다.

이에 김경례 교수(사회)는 “ 예전과 달리 취업, 학업 등 할 일이 많아져 바빠진 학생들이 밥버거를 찾는 것 같다”면서 “저렴하지만 상대적으로 영양이 부족한 밥버거를 찾을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취업과 학업에 쫓겨 밥값과 밥 먹는 시간마저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