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그것을 서술하는 역사가의 사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것은 가까운 시기의 역사를 서술할수록 현재의 조건들이 영향을 미치면서 그 차이가 심화되는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복잡한 근현대사를 거쳐 오늘날 서로 다른 이념체제를 바탕으로 분단국을 형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이 얼마나 중요하면서 어려운 사안이지를 최근 붉어진 ‘교학사 교과서’ 논란이 상기시켜 주고 있다. 

어쩌면 이 문제는 이미 2009년, 2011년에 발생했던 교육과정 개정 때부터 노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역사교육을 둘러싸고 역사학계 및 교육부ㆍ국사편찬위원 등 학계와 정부기관간의 끝없는 토론이 정부의 졸속 처리로 마무리 되면서 오늘날의 ‘교학사 교과서’ 검정 통과를 양산한 것이다. 문제는 그러한 교과서 검정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정감사에서 교학사 교과서는 ‘400쪽 가운데 300쪽이 넘는 곳에서 사실 오류’가 발견되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이 교과서는 ‘초중등학교 교과용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의 ‘공통 검정기준’에 따라 심의했을 때 “9개의 심사관점 중 최소 2개 최대 6개의 관점에서 검정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데도” 검정을 통과한 것이 문제시 되었다.

하지만 점점 ‘교학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의가 학문적이거나 전문적인 차원이 아닌 정치적ㆍ이념적 양상으로 확대되어 갔다. 이미 학계에서나 교육계에서는 검정통과 때부터 이 교과서가 갖고 있는 서술상의 문제들을 비판하였다. 즉, 교학사 교과서는 기본적인 연표나 이름표기의 오류가 많고, 한국의 민주화를 더디게 만들었던 이승만ㆍ박정희정권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인물 내지 정권으로 미화되면서 상대적으로 민주화운동에 관한 내용이 축소되거나 누락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다. 또한 일제시기를 서술하는데 있어서 ‘친일적 행위’를 했던 인물들에 대해 옹호하거나 ‘식민지근대화론’을 지지하는 서술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교육부의 방침은 교학사 교과서를 비롯한 8종 교과서 모두에 대한 ‘수정 권고’였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이 문제를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논의가 아닌 정치적인 공방으로 확산시키는데 일조했다. 즉, 교육부는 마치 모든 교과서가 동일한 오류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소위 ‘물타기’해 버린 것이다. 덩달아 교학사 집필진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서술상의 문제가 모든 교과서 집필자들 사이의 ‘입장 차이’라고 덧붙이면서 그들의 문제를 희석시켜버렸다. 그러면서 교학사 집필진들은 정치적ㆍ이념적인 문제로 이 논의를 몰아감으로서 ‘역사교과서’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가치나 덕목을 퇴색시켰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지난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연출된(?) 이색적인 장면이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즉, 여당은 ‘친북ㆍ좌파’, 야당은 ‘친일ㆍ독재’중심의 교과서 내용을 문제 삼은 모습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논란이 지나가는 과정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다시 말해 이 과정을 성찰하고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우리는 ‘누가 이 문제를 진정성을 갖고 다가가는가?, 누가 이 문제를 학문적이고 전문적인 논의로 이끌고자 하는가?, 반대로 누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가?, 또는 누가 이 논란을 확대시켜 이득을 취하는가?’ 하는 것들에 대해 관찰하면서 스스로의 관점을 구성함으로서 현실을 보는 안목을 키워가고, 사회문제에 보다 더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의 현실 사회에 대해 성찰하고, 우리의 사회 문제에 대해 사고하면서 ‘내가 그 속에서 어떠한 제스처를, 어떻게 취할 것인가’ 고민해 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역사’을 구직을 위한 시험과목이 아닌 비판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한 학문으로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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