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의 필요로 설립·운영…"돈도,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 살아갈 방법"

▲ 청년들로 이루어진 아모틱협동조합이 후문에 문을 연 카페 '스며들다'의 모습.

동문(후문)에 지난 20일, 카페 ‘스며들다’가 오픈했다. 카페 건물 지하에는 문화공간을 대여해주는 ‘에포케’도 있다. 이 두 곳을 세운 사람들은 아모틱협동조합(아모틱) 조합원. 저 멀리서 들어봤던 ‘협동조합’이 우리 대학 후문에까지 들어온 것이다.

물론 우리 곁에 협동조합이 아모틱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안에서 커피를 파는 카페 인벤도, 학기 초 긴 줄을 서 교재를 구매했던 1학생회관 서점도 모두 우리 대학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점포들이다. 서울우유도 사실 서울우유협동조합이고 미국 기업 썬키스트도, 레알마드리드와 깊숙한 라이벌관계인 FC바르셀로나도 구단주가 아닌 17만 명 주민이 주인인 협동조합이다.

조합원의 필요로 움직이는 협동조합
협동조합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다. 협동조합도 하나의 기업이다. 다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목적’이다. 자본주의 기업은 자본을 투자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협동조합은 이용자인 조합원들이 소유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조합원 공동의 편익 충족을 위한다.

협동조합을 경쟁사회 대안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조합원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서 조합원 모두의 의사를 반영하고, 조합원들과 함께 한다. 이종국 NGO센터 사무국장은 “조합원들의 필요에 의해 설립한 것이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필요를 알고, 공감하고, 함께할 때 성공할 수 있다. 경쟁하지 않고, 조합원들끼리 함께하는 것. 협동조합이 힘을 갖는 이유다”고 말했다.

1주1표가 아닌 1인1표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가장 큰 차이점이 하나 더 있다. 협동조합은 1주1표가 아니라 1인1표라는 점이다.
누군가 가나다주식회사를 건설했다고 가정하자. 그 기업을 만드는데 ㄱ 씨는 50만원, ㄴ 씨는 30만원, ㄷ 씨는 20만원을 투자했다면 ㄱ 씨는 이 회사의 주식 50주만큼을, ㄴ 씨는 30주, ㄷ 씨는 20주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이 회사에서 회의가 열린다면? 당연히 가장 많은 주식을 가진 ㄱ 씨의 의견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갖는다. 이것이 1주1표다. 이윤도 당연히 보유 지분이 많은 ㄱ, ㄴ, ㄷ 씨 순서로 가져간다.

반면 협동조합은 1인1표다. 가나다협동조합에서도 ㄱ 씨 50만원, ㄴ 씨, 30만원 ㄷ 씨가 20만원을 투자했다고 하자. 어떤 사업에 누군가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은 주식회사나 협동조합이나 똑같은 형태다. 다만 이들은 이제 주주가 아닌 조합원의 이름을 갖고, 회의를 하더라도 50만원을 투자했다고 해서 50표를 갖지 않는다. 오로지 1인은 1표만 가질 수 있다. 이윤이 나면 배당금 역시 투자금액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조합원의 이용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ㄷ 씨는 100만원 어치를 이용하고 ㄱ 씨는 10만원 어치를 이용했다면, 이용금액이 더 많은 ㄷ 씨가 열 배를 더 많이 가져간다. 이런 협동조합의 특징을 두고 추민수 아모틱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조합원 모두가 주인이 되거나, 주인이 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돈도, 경험도 없는 청년이 살아갈 방법”
협동조합을 언뜻 보면 단순하고 그저 좋아 보이지만, 실패한 사례도 많다. 지난해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5인 이상의 조합원만 갖추면 출자금에 상관없이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면서 협동조합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사무국장은 “협동조합도 법인, 기업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조합원들의 필요에 맞는 사업구상이 명확하지 않으면 당연히 실패한다”고 말했다.

추 이사장도 “협동조합 설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스펙을 쌓으며 취업 준비를 하던 우리 대학 건축공학과의 평범한 학생이던 추 이사장은 ‘청춘 스스로 건강을, 인생을, 세상을 디자인한다’는 아모틱을 세우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연구했다. 친구와 함께 사업 구상을 하면서 의견 충돌로 다툰 적도 많았지만, 뚜렷한 방향이 세워지니 자연스레 여러 청년들이 함께 하게 됐다. 그들이 모여 조합원이 되고 출자금을 내 지난 1월, 아모틱을 세웠다.

그래서 추 이사장은 청년들이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길 바란다. 올해 스물아홉인 추 이사장은 “조합원들 서로가 조금씩 모은 출자금이 없었다면 값이 비싼 후문에 사무실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돈도 없고, 경험도 없는 청년들이 살아갈 방법은 단 하나, 연대다. 그러니까 협동조합이다. 혼자가 주인인 주식회사로는 절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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