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8년 암태도에서는 소작인들이 똘똘 뭉쳐 지주 문재천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 8할의 소작료를 고집하는 지주와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4할로 내려야만 했던 농민들은 군·경들이 섬에 들어와 총칼을 앞세우고 개를 쏘아가며 위협하는 앞에서도 그들은 스스로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은 것이다.

소설 암태도. 작가 송기숙 씨(소설가·전 국문과 교수)가 쓴 민중소설의 대표작인 이작품은 일제시대를 살았던 우리 농민들의 피폐한 삶을 실제 배경과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80여년이 지났지만 농촌을 지키는 농민들은 여전히 소외되고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리 이삭을 털어도 쏟아지는 것은 빚 뿐이던 암태도 사람들만큼이나 농촌을 지키는 이들의 빈 주먹에는 독촉장만이 들려 있다. 농가부채라는 덜미로 농촌을 버리고, 세상마저 등지는 이들. 그들이 바로 민중이라는 굴레를 쓴 농민들이다.

그들은 쌀 개방을 앞두고 대책이라고는 추곡수매량을 줄이고 쌀 가격을 낮추는 것뿐인 정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중국과의 마늘협상 때문에 전남 무안, 경북 의성 등에서는 생계를 걸고 일어서고 있다.

소설은 1920년대에 머물러 있을지 모르지만 오늘의 농촌은 "농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는 목소리로 현재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13일 여의도에서 진행될 농민대투쟁은 아마도 암태도의 소작쟁의 만큼이나 농민들의 힘을 보여줄수 있을거라는 기대와 희망속에서 준비되고 있다.

바닷물이 햇빛에 반사되던 한여름의 그 푸르른 날, 조금더 농민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찾아간 암태도에서 그 희망을 담아보려 한다.

/전대신문 백지선kindpl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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