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달 24일부터 3일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총투표를 진행했다. 총투표에는 총유권자 1만4천996명 가운데 4천3명이 투표에 참여해 최종 투표율은 26.69%로 나타났다. 총투표 결과에 대한 해석으로 우리 대학 학생들의 정치 무관심을 탓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우리는 적어도 국정원의 불법 대선개입이 드러난 이후의 국정원 행보를 보면서 왜 저렇게 필사적인지, 이 사건을 어떠한 태도로 마주해야 할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국정원은 대선 직전 행했던 ‘오늘의 유머’ 사이트 게시판 순위 조작에 대해, 북한의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고 변명했다. 조사 결과 전체 390개 게시글 중 북한 관련 글은 단 3건에 불과했다. 그러자 국정원은 이 사건과 무관한 故 노무현 대통령의 NLL발언을 문제 삼으며 국가기밀 외교문서를 공개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하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자 이석기 국회의원 내란음모사건을 터트려 북한의 위협이 실재함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고자 했다. 입증되지 않은 혐의를 확실한 범죄인양 언론에 흘리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하였다. 또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국정원장을 기소하자, 채동욱 검찰총장을 혼외자 사건으로 인해 사임하게 만들기에 이른다.

헌법재판소는 선거제도에 관해 “주권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나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규범이다.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주권의 행사는 선거를 통해 이루어진다. 따라서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굴절없이 정당하게 반영되었느냐’의 여부가 통치권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담보하는 핵심이고 생명이다”라고 판시하였다.

국정원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선개입 사건을 덮으려는 이유이다. 국정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어야 하는 국가기관이다. 그러나 그들은 어둠 속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원하는 범죄를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그 범죄를 가리고자 권한을 남용하고 무소불위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은 정치문제를 넘어, 주권자인 국민을 기만한 행위이다. 국정원이 잘못을 인정했을 때에는 ‘제2의 4·19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필사적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으로부터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이슈들에 시선을 빼앗기고 휘둘리고 있다. 사건을 객관적으로 살피되,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정치공작극’을 실제 연극 보듯 팔짱낀 관객처럼 보아서는 안 된다.

故 리영희 교수님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며 널리 알리는 것이 지식인의 역할”이라고 하셨다. 진실, 그리고 우리의 주권에 관계된 문제라면 나와 동떨어진 정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주인공 자리를 앗아가 정치공작극을 벌이고 있는 국정원의 만행을 널리 알리는 것이 우리 대학생들의 역할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의 선거권과 주권을 빼앗길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있다. 한 번 빼앗긴 주인공 자리와 주권은 다시 되찾기 힘들다. 관객의 자리에서 무대로 올라가 주인공 자리를 되찾고 주권을 지키는 것이 주권자인 우리가 할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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