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는 가슴 저린 오월을 전하고 있었지만, 관객석의 몇몇 학생들은 잠에 들어 있었다.

1인극 ‘애꾸눈 광대’가 지난달 26일 우리 대학을 찾았다. 연극 전 관계자는 “어쩌면 연극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 왔다. 언뜻 둘러봐도 용봉문화관 시청각실의 의자는 빈자리로 가득했다. 연극을 찾은 관람객은 40여명 정도였고, 자리를 채운 관람객의 대다수도 한 교수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이었다.

자리를 채운 학생들 중 몇몇은 잠을 자는 모습까지 보였다. 같은 학생으로서 부끄럽고 답답했다. 무대 위의 애꾸눈 광대에게는 이 모습이 더 적나라하게 보였을 것이다.

학생들의 졸음이 분명 연극 탓은 아니었다. ‘애꾸눈 광대’의 독백은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1980년 당시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는 스물아홉의 나이에 고향인 광주에 내려왔다가 공수부대들에게 맞아 한쪽 눈을 크게 다쳤다. 오월을 온몸으로 겪은 애꾸눈 광대 이지현 씨의 실제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공연은 지루하지도 재미가 없지도 않았다. 애꾸눈 광대는 그저 연극을 담담하게 풀어내며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금세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제가 한쪽 눈이 없습니다. 두 눈 뜨고 살다가 갑자기 애꾸눈 병신이 되니 거울만 보면 울화통이 터져 미쳐버립디다. 하지만 한쪽 눈이 없는 것은 한길로만 쭉 가라는 하늘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어쩌면 세상을 바르게 볼 수 있는 한쪽 눈을 얻은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런 귀한 깨달음을 주신 오월광주와 영령들, 전남대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월을 잊지 말고 그 정신을 계승시켜야 했다”는 광대의 말이 무색하게 오월정신은 사라져가는 듯 했다. “전남대이기 때문에 공연을 했다”는 애꾸눈 광대.

과연 우리는 그에게 어떤 모습을 보였을까. 희망을 전하러 우리 대학을 찾았던 그에게 실망을 안겨주진 않았을까? 애꾸눈 광대의 공연이 끝난 뒤 길을 걷는 내내 마음이 답답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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