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먼스쿨 주막 입구에 걸린 안내판. 휴먼스쿨은 올해 처음으로 수갑이벤트를 진행했다.

열명의 학군단원들이 두 줄로 선다. 맨 앞줄의 학군단원이 약 두세시간을 기다린 여성손님이나 연인손님에게 외친다. “학군단 주막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그리고선 여성무리에게는 “저와 팔씨름을 해서 이기면 안주를 무료, 지면 제게 뽀뽀 한번 해 주십시오”, 연인에게는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십초간 키스를 해 주십시오”라고 더 크게 외친다. 손님들은 수줍어하면서 주문대로 행동한다. 다섯 번째 주문까지 통과하면 학군단 주막으로 들어설 수 있다. 주문은 다양하다. 뽀뽀부터 섹시댄스, 애교부리기, 포옹에 때론 “오랫동안 서 있어서 다리가 아픕니다, 허벅지를 주물러 주십시오”하고 시키기도 한다.

우리 대학 축제가 변하고 있다. ‘용봉대동풀이’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공동체적 가치 지향’이라는 ‘대동’의 의미는 퇴색된 지 오래다. 축제를 빛내는 것은 단연 술과 주막이다.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짖궂은 ‘이벤트’들이 함께 한다.

봉사동아리 휴먼스쿨 주막에서는 올해부터 ‘수갑’ 이벤트를 진행했다. 남자 혹은 여자끼리 온 사람들이 즉석만남을 성공하면 수갑을 채웠다. 전화번호가 담긴 통에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넣으면 상대 성별의 휴대전화번호를 뽑을 수 있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1,000원을 내면 추가로 번호를 뽑을 수도 있다.

다소 퇴폐적으로 변해가는 주막에 학생들은 싫지 않은 눈치다. 휴먼스쿨 주막을 이용한 ㄱ 씨(경영·09)는 “클럽문화를 가져온 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휴먼스쿨 관계자도 “(수갑 이벤트로)큰 매출을 올리지 않았지만 이런 개방적인 문화가 시류인 만큼 따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행해지는 축제인 만큼, 상업 문화와는 다른 대학만의 문화가 없다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문형호 씨 (문화전문대학원·8기)는 “대학축제가 상업문화를 이끌어간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상업문화에 대학 축제가 끌려가는 것 같다”며 대학축제만의 색이 옅어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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