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지난 8일 자케로니 IOC(국제올림픽위원회) 회장의 입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가 호명됐다.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던 아베 신조 총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환호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 올림픽이라는 국제적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그러나 걱정부터 앞선다. 최근 일본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를 보면 스포츠를 통해 국제적 평화를 도모하는 올림픽 정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개최지 선정 하루 만에 일본 극우단체들은 기다렸다는 듯 재일 한국인 특권에 반대하는 혐한시위를 재개했다. 태극기를 불태웠고 ‘한국인을 죽이자’라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올릭픽 개최지 선정 직전 국제적 비난을 의식해 시위를 중지하다 다시 한인타운 앞으로 몰려나온 것이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방조했다. 일본이 평화와 공존의 상징인 올림픽을 유치할 자격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어떨까? 아베 총리는 IOC 총회에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정성을 역설하며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하지만 자국민들과 세계인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인터넷에는 도쿄 올림픽을 풍자하는 패러디물이 올라왔다.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에 방사능 마크가 새겨졌다. 일본 네티즌들도 동참해 새로운 패러디물을 만들어 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아닌 ‘2020 방사능 올림픽’으로 이름을 개명해야할 지경이다.

이미 확정된 올림픽 개최지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후쿠시마에서는 지금도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나가고 있다. 도쿄 거리 한복판에서는 극우단체들이 제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펄럭이며 인종차별을 주장한다.

이대로는 오륜기에 새겨진 방사능 마크를 지우지 못할 것이다. 7년 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은 욱일승천기로 뒤덮일지 모른다. 자의반 타의반 세계적 민폐국가가 되버린 일본, 아베 총리는 IOC 의원들 앞에서 보여주었던 진정성을 일본 국민들과 세계인들 앞에서 다시 증명해야 한다. 참가선수들이 방사능보호복을 입은 채 시상대 위에서 메달을 목에 걸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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