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진 교수님. 우리 황성진 교수님과 작별하면서 삼가 사랑과 감사의 절을 올립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2013년의 여름이 가고 가을의 문턱에 채 닿기도 전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비보를 전해 들었습니다. 마음의 준비가 없었기에,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기에 우리는 더욱 황망하고 서럽습니다.

밤 열시가 넘어서야 도착한 병원에서 교수님은 너무나 평안하고 조용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하셨고, 우리는 그저 망연자실하였습니다. 애써 괜찮은 척 하려 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이라도 웃으면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반겨 주실 것만 같은데…. 다시는 교수님과 함께 웃을 수도 함께 걸을 수도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항상 사람.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시며 학생, 학과, 그리고 학교의 안위를 걱정하시던 우리 교수님. 그러나 교수님의 안위는 소홀히 하신 것만 같아서, 우리에게는 괜찮다 괜찮다 하시며 혼자서 너무나 많은 짐을 지고 가시려 했던 것만 같아서, 그 노력에 무게를 덜만한 힘이 되어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우리는 죄송할 따름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항상 모든 일은 51%의 노력과 49%의 운에 따르기 때문에 늘 노력을 먼저하면 그 이후에 노력에 따른 운이 같이 할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노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교수님. 그러한 마음가짐으로 항상 생활하셨으며, 저희 또한 그러한 교수님의 모습을 닮고 싶었습니다. 교수님은 저희 곁을 떠나셨지만 교수님의 이 말씀은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강의와 연구로 바쁜 상황에서도 2년간 자연대 부학장을 지내시며 노후화된 학교 시설과 학생 복지 개선에 힘쓰셨으며, 올해부터는 생물학과 학과장으로 교수님들과 학생간의 소통을 이끌어내려 하셨고, 우리 학생들의 취업과 학과 생활에 도움을 주려 애쓰신데 대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으시고 진정한 학자의 모습으로 우리의 모범이 되어 우리의 나태를 꾸짖어 주셨고, 우리가 학문에 정진할 수 있도록 귀감이 되어 주신데 대해서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교수님과 함께한 실험실에서의 추억은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남을 것입니다. 명쾌했던 이해와 실전 위주의 강의, 세미나나 심포지움에서 보여주셨던 멋진 강연들, 실험실 미팅 시간에 하나하나 잘못된 것을 짚어주시며 저희를 다독여주시던 세심한 모습, 교수님께서 들려주시던 여러 분야의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샘플 채집으로 함께했던 산과 들녘, 함께 걷던 저녁시간의 캠퍼스….

그때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던 시간들인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고 저희 가슴에 너무나 많은 것을 남겨주신 것 같아 너무나 감사할 따름입니다. 보잘 것 없는 제자들에게 좋은 기회와 여건을 만들어 주시고 힘들고 궂은일에는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신 교수님.

그런 교수님께 마음만은 항상 감사와 사랑을 보냈으나 사랑을 담은 말 한번 못하고, 한번도 가슴 깊이 안아드리지 못하고… 제대로 표현을 못한 것 같아 죄송하고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교수님. 교수님은 이제 가시지만 교수님의 생각과 그 삶은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랜 울림으로 남을 것이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깊은 가르침으로 남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동안 너무 감사했고 교수님과 함께했던 식물분자생리학실에서의 추억과 가르침은 저희에게 큰 자랑이자 선물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부디 편안한 세상에서 쉬엄쉬엄 바쁘지 않고 느긋하게 지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자 일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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