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우리 모두를 힘들게 했던 여름 무더위도 한풀 꺾이고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곁을 떠나신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 계절은 바뀌고 푸르던 교정도 어느새 하나둘 단풍이 붉게 물들어갑니다.

하지만 항상 저희를 향해 밝게 웃어주시던 교수님의 얼굴을 더 이상 교정에서 뵐 수 없어 시원하던 가을바람이 이렇게도 차갑게 느껴지는가 봅니다. 아직도 화학과 건물을 들어설 때면 환히 웃으시며 반갑게 인사해주시던 교수님의 활기찬 목소리와 언제나 바쁘게 다니시던 그 당당한 걸음걸이며 늘 뿌리시던 향수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듯해 교수님께 안녕을 고하는 우리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교수님! 여러 학회에서 맡으신 일들과 개인 연구로 밤낮없이 학교에 나와 계시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으시고, 사람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꿈을 꾸며 살아야 한다고,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꿈에 한걸음 가까워지는 거라며 일이 힘들지 않다 말씀하시며 행복해하시던 교수님의 순수한 열정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또한 교수라는 사회적 지휘가 있으심에도 겉보기에 치중하지 않으시고 늘 검소하게 생활하시면서도 어려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가엽게 여기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우려 애쓰시는 모습들도 생각이 납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항상 도와주시고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며 계산 없이 도우며 살라 하시던 교수님의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정작 본인은 잘 챙기지 못하시면서도 가족들, 제자들, 선후배님들께 늘 먼저 연락해 안부를 물어주시고 힘이 되어주셨지요. 철없던 저는 그런 교수님의 관심과 애정이 유별나다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런 교수님께서 계셨기에 고된 석사생활 가운데에서도 항상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재작년 이맘때쯤 교수님을 처음 뵈었던 때가 생각납니다. 딱히 뛰어난 것도 없고 아무것도 모르던 저를 제자로 받아주시고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지도해주시며 미국에 있는 딸들이 생각난다며 친딸처럼 아끼고 챙겨주시던 교수님. 학문과 연구에 대한 열정을 일깨워 주려 하시면서도 언제나 즐겁게 연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덕분에 짧은 시간이나마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교수님께서 곁에 계시지 않는다 생각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묵직해집니다. 부족한 제자들은 아직도 교수님께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이렇게 교수님을 보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도 아픕니다.

우희권 교수님, 항상 꿈 많고 열정적이시던 교수님. 아직 하셔야할 일들이 너무나 많은데…오늘따라 교수님의 빈자리가 너무도 크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교수님, 당신의 못다한 이야기들은 부족하게나마 저희가 남아 이어나가겠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여주셨던 열정과 저희를 향한 사랑 그리고 가르침 절대로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가겠습니다. 아직은 교수님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고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가시는 걸음 짐이 되지 않으려 슬픔은 잠시 접어두려합니다.

교수님, 이제 이곳에 함께 계시지는 못하지만 교수님께서 전남대학교에 남기신 꿈과 열정은 남아 우리를 보듬어줄거라 믿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아무 걱정 없이 편히 쉬세요.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3년 9월 제자 노지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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