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6일, 해군 초계함 ‘PPC-772 천안’이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침몰했다. 배에 타고 있던 장병 46명이 목숨을 잃었다. 침몰에 관해 질문과 의혹들이 쏟아졌지만, 정부는 무엇 하나 속시원한 답을 내놓지 못한 채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다’는 말로 서둘러 종결지었다. 천안함 침몰 이후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영화의 시작처럼, <천안함 프로젝트>는 끝까지 담담하면서 차분하게 천안함 침몰에 관한 의혹들을 풀어낸다. 그 의혹들도 특별한 것은 없다.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면, 입증할 근거는 무엇인가? 암초에 걸린 흔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침몰해 배에 열이 났다면서 왜 TOD(열영상장비)는 열을 감지하지 못하는가?’ 등 이전에 언론 혹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이다.

그 질문들을 ‘1. 좌초, 2. 어뢰 그리고 폭발, 3. TOD 영상, 4. 제3의 부표, 5. 고소·고발, 6. 의문점’의 순서로 관객들에게 최대한 쉽게 이야기한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 배로 가정하고 주먹을 바위에 비유한 뒤, 돌돌 만 신문지가 주먹에 부딪힐 때 어떻게 배가 반쯤 부서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식이다.

주된 증언을 하는 전문가나 관계자들의 발언도 담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신상철 당시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과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이자 해양구조 및 선박인양성전문가 두 명은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국방부의 <합동 조사결과 보고서>에 관해 “만일 북한 어뢰라면, 북한의 기술력은 세계 최강이다”고 말한다. 그 뿐이다. 오히려 관객들이 “천안함 사건은 무엇이다는 식의 확정적인 결론이 없어 아쉽다”고 느낄 정도다.

그러고선 영화 후반부에는 천안함 침몰 사실관계에서 한 발 물러나 ‘소통’으로 눈을 돌린다. 청문회 당시 조용환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천안함 폭침, 직접 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다”는 발언을 두고 그를 종북주의자로 몰던 당시 상황을 끄집어낸다.

“아이가 ‘나는 어떻게 태어난거야?’라고 묻는데 부모가 ‘알아서 뭐해’하면 대화가 끝이다. 하지만 ‘엄마아빠에게서 태어났다’고 답하면 아이는 ‘그럼 어떻게 엄마아빠한테서 태어났는데?’하고 물을 거다. 그렇게 소통은 시작된다. 아이의 호기심을 막아버리면 소통은 끝이다. 호기심의 불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의심은 소통의 출발점이다.”

75분이라는 다소 짧은 이 영화는 그렇게 시종일관 담담하다. 메가박스가 “영화상영을 반대하는 이들과 관객의 충돌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상영을 중단하는 등 영화가 가진 화제성에 비하면 오히려 시시할 정도다.

“천안함이 어떻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된다”가 주제라는 백승우 감독의 말처럼, 천안함에 대한 또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면 광주극장으로 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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