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을 고려한 가격책정…소비자 “화장품 불신"

▲ 학교 주변 화장품 가게들이 가격을 과다하게 올린 뒤 할인행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후문 근처 화장품 가게.

‘지이잉’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확인해보니 ㄱ 화장품에서 ‘○○DAY 전 품목 ‘50∼20% SALE’이라는 문자가 왔다. ‘화장품 세일하네. 살게 뭐가 있지?’ 반사적으로 드는 생각들. 그런데 며칠 전에 다른 화장품 회사에서도 문자를 받은 것 같다. 언제부터인가 핸드폰 문자함에는 화장품 세일을 알리는 문자들로 가득하다.

흔히 로드숍이라 불리는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는 현재 ‘세일전쟁’ 중 이다. 미샤가 2008년 매월 10일을 ‘미샤데이’로 지정하고 50% 할인행사를 실시한 것이 세일전쟁의 시초다. 미샤가 세일로 큰 효과를 보자 이니스프리, 에뛰드, 더페이스샵 등 다른 브랜드숍들도 너도나도 세일전쟁에 뛰어들었다.

오히려 독이 되는 세일
“이렇게나 자주 세일을 하면 이윤이 남을지 궁금하다. 기업이라면 분명히 이윤을 남길 텐데…”.
우리 대학 임설희 씨(음악교육·13)는 잦은 화장품 세일을 의심했다. 화장품 회사가 가격을 할인하는 척 할 뿐, 이윤을 챙기기 위해 꼼수를 부릴 것이라는 의미다. <뷰티한국> 최지홍 기자는 임 씨의 의심에 힘을 실었다.

최 기자는 “가격을 책정할 때, 할인을 고려해 조금 더 가격을 올린다”며 “과도한 할인경쟁은 할인 전 최종 소비자가격을 높여 소비자들의 부담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 “할인으로 인해 제품 원가가 낮아져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제품을 구매해 낭비가 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잦은 화장품 세일 사이에서 ‘노세일’ 정책을 펴는 브랜드숍도 있다. 바로 스킨푸드다. 스킨푸드 관계자는 “일관된 가격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고객의 마음을 얻고 브랜드 신뢰를 지켜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믿기 때문에 노세일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세일
화장품 기업들의 입장에선 세일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이제는 소비자들이 세일기간이 아니면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장희 교수(경영)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흥정하는 것을 좋아해 화장품 브랜드숍뿐만 아니라 백화점, 마트 등 모두가 세일을 한다”며 “화장품이 원가보다 가격 거품이 있을 수 있지만 화장품의 특성상 다른 상품들보다 원가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화장품은 외국 유학생들이 사재기를 할 만큼 품질이 좋기로 유명한데, “좋은 품질을 만들기까지의 연구 및 개발에 든 비용을 무시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 교수는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계속되는 세일전쟁에 대해선 “잦은 할인은 소비자들이 제품 가격에 대한 불신을 갖게 하며, 그렇게 되면 업체들은 가격결정력을 잃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아직은 달콤한 유혹
그래도 세일은 달콤한 유혹이다. 화장품 가격이 올랐다 하더라도 50%까지 세일을 하면 소비자들은 저렴하게 구매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진경 씨(사학·13)는 “세일 하는 것이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는다. 더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할 소비자들은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동안은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세일경쟁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 기자는 “모두가 할인을 하고 있고, 할인이 없으면 매출이 감소해 현상 유지를 위해서라도 본사 측에서는 과도한 할인 경쟁을 당분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우리 대학 후문에는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즐비해 있다. 화장품 매장에는 여전히 ‘50% 전 품목 세일’, ‘20% 색조화장품 세일’이라는 포스터가 붙어있다. 점원에게 행사가 언제까지인지 묻자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한다. 하지만 몇 주 후에도 화장품 매장 앞 유리창엔 여전히 50% 세일 포스터가 나붙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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