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요즘 세대는 ‘3포세대’라고 불린다. ‘3포세대’는 취업난으로 인해 연애,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했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그런데 이러한 ‘3포세대’가 포기하는 또 다른 것이 있다. 그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원)생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명절’도 포기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민족의 대명절’인 한가위를 앞둔 시점에서, 어쩌면 우리는 우리 앞에 놓인 것들을 줄줄이 포기하는 ‘多포세대’인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명절을 기다렸던 시절은 학부 1,2학년 때 이었다. 대학에 갓 입학한 후 명절이 되면 가족과 친지들은 연애, 학업, 사회생활 등에 대해 따뜻한 조언들을 해 주었다. 하지만 한 두 해가 지나자마자 명절에 만난 이들은 면접관보다 더 날카로운 질문들을 쏟아낸다. 아마도 얼마 전 졸업한 학생들에게 이번 명절은 더욱 더 곤혹스런 시간이 될 것이다. 

그렇다. 명절은 현재의 내 삶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으로 검진 받고, 평가된 결과를 통보받는 날이 되었다. 그래서 사회생활이라곤 시간제 아르바이트에서 경험한 게 전부인 우리들이 순식간에 취업전선의 돌격대원이 되어야 함을 실감하게 된다. 이것은 명절을 맞아 고향에 내려가야 하는 우리에게 마치 명절증후군과 같은 스트레스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명절을 피하기만 할 것인가? 아니다. 어쩌면 무한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명절보다 더 피하고 싶은 것이 순간순간 변화하는 ‘(취업)현실’일 것이다. 우리가 명절을 피하거나 현실을 외면한다고 해서 이 스트레스가 끝날까?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현실을 외면하기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무장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고민의 지점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 나가는 ‘나 자신’이어야 한다.

우리는 현실에 놓여진 ‘나’가 아닌 ‘나’라는 존재의 삶의 이유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왜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존재인지, 왜 꼭 취업이라는 것을 해야 하는지’ 또 ‘우리는 무엇을 위해 취업하고자 하는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내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는 우리를 평가하는 사회적 조건으로서의 취업이 아닌, 내 삶의 이유나 목적으로서의 취업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단언컨대 이러한 고민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명절마다 엄습하는 불편함 내지 부담감에 보다 더 진지한 자세로, 또는 당당하게 자신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어떠한 것도 포기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추진하는 담대함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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