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하루를 마다하고 급변하는 세계화의 소용돌이 속에 살고 있는 지금의 우리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는 보부상 짐꾼들(人)의 입(口)에서 입(口)으로 전해지는 소식을 전해 듣는 100년 전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인터넷이라는 과학 발달의 혜택을 받으며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단순한 클릭 한 번으로 세계 이곳저곳의 소식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와는 다른 이러한 문명의 혜택 속에서 우리는 매순간마다 너무 쉽게 역사(史)의 한 순간들을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한 거대한 역사의 파도 속에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무작정 어디론가 향해서 파도에 실려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역사학자인 E. H Carr의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다소 진부한 명제아래 특히 역사의 정당성, 역사의 효용성에 대한 문제에 대하여 역사의 진의(眞意)를 인식하려는 오늘날의 지식인들에게 역사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만큼 뿌리내려 있다. 그러나 요즘의 장차 지식인이 될 젊은 세대들은 역사(과거)를 통하여 반면교사(反面敎師)하려는 측면에만 몰두한 나머지 현재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래에 대한 통찰과 방향성을 고민하려는 측면은 결핍되어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편의(便宜)라는 이름아래 빠름을 지향하고, 경쟁을 조성하는 현재의 상황 속에서 느긋하게 사람들과 자기 생각을 나누며 대화하는 사람은 과학이라는 편의에 편승하지 못하고 낙오되는 모습을 목격하며 우리 젊은 세대들은 점점 더 소통이 없어지고 있다.

하지만 역사(史)는 바로 사람들의(人) 입(口)에서 시작된다. 1894년 1000년 가까이 지속되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신분제의 폐지를 주장했던 동학농민운동의 역사, 불과 30년 전 잔인한 독재의 그림자 아래서 아니라는 한마디에 피를 흘려야 했던 시퍼런 사슬을 끊어낸 역사도 바로 그 때 당시의 사람들의 입에서 이루어졌다. 그것은 바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이었다.

‘취업’과 ‘돈’ 이라는 기치아래 과거와 현실을 외면하고 함구하며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 너무 쉽게 무임승차하려는 우리 젊은 세대들의 현재의 모습 속에서 앞으로의 펼쳐질 미래에 대한 방향성은 너무도 막연하다. 과거에 대한 무지는 현재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행동에까지 미치고 나아가 그 현재의 수동·방관적인 태도는 미래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부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3년 거시적으로는 대한민국, 미시적으로는 전남대학교에 속한 우리들은 무엇을 비판해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대답해야 할 때이다. 아무런 자각 없이 주변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들을 팔짱끼고 방관하고 있는 모습이야말로 나도 모르게 역사의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버릴 수 있는 지름길이다. 나라에서는 매일 국정원의 문제, 개성공단 문제, 4대강 문제에 대하여 말을 걸고 있고, 전남대학교에서는 재수강 및 절대 평가 학점제한 문제, 국가 지원 예산 감축으로 인한 각종 학생사업 축소 문제 등이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다.

우리는 대답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취업’과 ‘돈’이라는 역사 앞에서 티끌만한 점에 불과한 것에 우리의 귀와 입을 닫아서는 안 된다. 역사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바로 지금을 바라보는 우리 개개인(人)의 비판적인 이성과 그에 대한 표현의 주장(口)이라는 작은 냇물들이 모여 역사(史)라는 거대한 해류를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지금의 우리가 역사에 대하여 지녀야 할 능동적인 자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