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금을 자진납부 하겠다고 한다. 순순히 믿어도 되는 걸까?

“29만원 밖에 없다”는 그가 반환해야할 추징금은 1,672억 원이다. 현재까지 530여억 원을 납부한 전 전 대통령은 자진 납부한 300만원을 빼고는 모두 강제집행으로 변제했다. 단 한 차례의 자진납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타의에 의해 이뤄진 셈이다. 20년 가까이 그는 그렇게 추징금 반환을 버텨왔다.

그랬던 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갑작스럽게 추징금 반환에 의지를 보이는 데에는 검찰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듯 보인다. 올해 6월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면서 검찰은 공무원의 불법취득 재산을 제3자에게도 추징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수사 범위는 점차 넓혀졌고, 전 전 대통령의 자녀들을 비롯한 친인척 및 관계자들은 줄줄이 소환됐다. 이런 분위기에 그도 더 이상 ‘모르쇠 태도’로 일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이번 추징금 자진납부는 위기를 넘기기 위한 임시방편으로 보인다. 88년 청문회 때의 일이다. 당시 여론이 안 좋아지자 그는 지난 과오에 대한 반성의 의미로 남은 정치자금 139억 원을 헌납했다. “은닉재산이 더 있으면 어떤 책임추궁도 감수하겠다”는 말이 무색하게 95~96년 수사결과 결국 그의 거짓말은 들통 났다. 그는 2,100여억 원의 비자금을 숨겨놓았던 것이다. 이에 전 전 대통령은 2,205억 원을 추징금으로 선고 받는다.

이후에도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은 거듭 발각됐다. 2003년 전재용 씨의 차명계좌에서는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167억 원이 발견됐다. 장남 전재국 씨가 '블루 아도니스'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비밀계좌를 통해 비자금을 세탁하려 했던 사실 또한 올해 6월에 밝혀졌다. 2010년 그가 유일하게 자진납부를 했던 300만원도 그리 탐탁치만은 않다. 이 역시 추징시효를 연장시켜 검찰의 압류 등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꼼수였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려고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징금 자진납부에 대해서도 낙관적일 수만은 없다. 언론과 검찰에서 더 캐고 들어올 것을 염려하여 이를 어물쩍 넘기고자 하는 의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이상 추징금 반환 시기를 미뤄서는 안 된다. 깨끗이 완납을 하고 사죄를 하는 그 때까지 우리 국민들은 두 눈을 켜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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