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을 통한 승리 속 ‘전장의 지배자’가 되고 싶은 욕망

“그 남자가 롤(LOL, 리그오브레전드) 하는 중에 답장을 보내면 널 정말 사랑하는 거야”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롤을 하는 중에는 애인에게도 신경을 쓰기 어렵다는 의미다. 접속과 동시에 두 세시간 쯤은 훌쩍 간다. PC방은 여기저기서 ‘정의의 전장’으로 들어서는 소리가 가득하다. 가끔 자리를 잡고 능숙하게 롤을 하는 여성이용자들도 보인다. 요즘 가장 인기라는 롤. 대체 롤의 매력은 무엇이 길래 너도나도 롤을 하는 걸까?

정의의 전장으로 뛰어들다
롤의 세계관은 이렇다. 발로란이라는 아름다운 대륙에는 여러 종족이 살고 있고, 이들은 국가를 건설했는데 대표적으로 정의의 국가인 ‘데마시아’와 힘을 지배의 핵심으로 보는 ‘녹서스’가 있다. 이 둘은 여러 차례 룬 전쟁이라는 일종의 마법 전쟁을 치르고, 이 전쟁에 여러 나라들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대규모 전쟁으로 치닫게 된다. 지진과 폭풍 등의 자연재해, 그리고 대륙에 퍼진 불안정한 분위기까지 사람들은 삶의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발로란의 주요 마법사와 소환사가 모여 이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롤의 탄생이다. 챔피언들은 각자의 사정과 목표, 욕망을 위해 리그에 참가한다.

‘소환사의 협곡’이라는 대표적인 맵을 예로 들어보자. 네모난 지형 양 끝에는 각 팀의 진영이 있고 그 안에 넥서스를 파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다섯 명의 챔피언이 협동해서 적 진영으로 침공하는 길은 말 그대로 혈투가 벌어지는 험한 길이다. 탑, 미드, 바텀(봇)으로 나눠진 세 길에는 일정 구간마다 ‘포탑’이 있으며 넥서스에서는 ‘미니언’이 생성된다. 미니언을 제거하고 포탑과 ‘억제기’를 파괴하면서 마지막에 넥서스를 파괴하면 이긴다. 물론 실제 게임이 이렇게 간단한 것은 아니다. 매복과 기습 공격에 항상 조심해야 하고, ‘바론’을 어느 팀이 처치하느냐에 따라 전세가 역전되기도 한다. 단언컨대 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가장 짜릿한 전장인 것이다.

우리를 자극하는 롤의 매력 ①“내 솜씨를 제대로 보여줄 시간이군”
롤은 승패와 게임에 대한 자신의 기여도가 다른 게임들에 비해 명확히 보인다. “남을 이기고 짓밟는 쾌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롤을 한다”는 강윤형 씨(독일언어문학·13) 역시 “롤은 남들보다 더 잘하고자 하는 욕망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다이아1(랭크게임을 통해 매겨지는 랭크. 브론즈, 실버, 골드, 플래티넘, 다이아, 챌린저 순이다) 랭크인 김도혁 씨(신소재공학·13)는 “‘랭크게임’이 직접적인 비교를 가능하게 하고, 자기과시욕을 자극하는 요소”라며 “랭크가 높은 편이다 보니 낮은 랭크의 사람들이 우러러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씨는 “기왕 우리 팀이 이긴다면 내가 ‘캐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 “전장의 지배자”라는 말들도 롤에서 유행한 말이다. 챔피언이 연속 ‘킬’을 달성했을 경우 아군과 적군 모두 볼 수 있게 화면에 메시지와 나레이션이 뜬다. 롤을 하다보면 종종 킬에 대한 욕심을 보이는 유저들을 볼 수 있다. 그저 전투에서 이기는 것뿐만 아니라 아군끼리도 경쟁하게 만드는 구도. 그 속에서 느끼는 우월감이 롤을 그만둘 수 없게 한다.

②“매 순간이 새로운 모험이죠”
롤 역시 다른 게임과 마찬가지로 고정된 포맷 안에서 이루어지지만 챔피언을 선택하는 것부터 마지막 넥서스를 파괴하기까지 다양함과 무수한 경우의 수로 가득 차 있다.

“롤에는 챔피언만 100개가 넘는다. 이런 다양함이 롤을 하는 이유다.”

박근오 씨(전자컴퓨터공학·13)의 말처럼 실제로 롤은 115개의 챔피언이 있다. 방어, 암살자, 정글사냥꾼 등의 각각 포지션도 나눠져 있다. 김 씨는 “수많은 챔피언을 통해 나올 수 있는 조합도 굉장히 많다”며 “내가 같은 챔피언으로 게임을 해도 아군의 조합, 적의 조합에 따라 게임은 항상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간다”고 말했다.

플래티넘4 랭크의 여성유저 최선 씨(유아교육·12)는 “아이템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매하며, ‘룬’과 ‘특성’, 컨트롤도 변수가 된다”고 말했다. 또 최 씨는 “때로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 짜릿한 역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며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매 순간 이용자들을 긴장하게 한다”고 말했다.

 ③“친구는 가까이, 적은 혼란스럽게”
롤은 팀플레이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상대 팀까지 합해 최고 10명의 이용자가 게임에서 전투를 벌인다. 물론 다른 게임도 여럿이 동시에 접속 가능하지만 롤은 조금 다르다.

김 씨는 “매번 판이 새롭게 시작하고, 팀 전이 기본이 되는 롤에서는 ‘함께 한다’는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롤은 게임 내에서 각자 맡은 역할이 정해져 있으며, 이들의 유기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미다. 팀원 한명 한명의 영향력도 큰 편이다. 팀 내에서 에이스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한 사람만 잘한다고 해서 팀의 승리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롤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끼리의 호흡과 소통,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하는 것이다. 마치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와 같다.

④섬세한 스킬·음향 효과…이쯤 되면 출구는 없다
롤은 챔피언들의 개성이 느껴질 수 있도록 각 특징에 맞게 스킬도 화려한 CG로 표현하고, 음향 효과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블리츠크랭크’라는 챔피언은 로봇인데, “시스템 가동, 준비 완료”, “인간시대의 끝이 도래했다”와 같은 대사를 로봇의 목소리로 말하며 움직임도 기계적이다. 또 ‘말파이트’라는 챔피언은 팀에서 방어를 담당하는데 바위로 이루어진 단단해 보이는 외형답게 목소리도 굵고 낮으며 대사는 “바위처럼 단단하게”다. 이러한 섬세함이 이용자들에게 생동감을 느끼게 하고 게임을 하는 즐거운 요소 중 하나다.

롤 인기의 미래를 점치다
그렇다면 겉잡을 수 없이 퍼지는 ‘롤 열풍’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경향 게임스> 안일범 기자는 “패치 및 업데이트 방향성에 따라 다르겠으나 최소 5년으로 예상한다”며 “DOTA의 인기를 감안한다면 7년 이상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DOTA는 AOS(Aeon Of Strife, 스타크래프트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맵을 만드는 유즈맵의 하나. 지금은 이 형식의 게임을 통칭하는 뜻으로 쓰인다) 게임 중 하나이며 롤의 아버지격인 게임이다. 이 유즈맵을 바탕으로 워크래프트3의 DOTA1이 출시됐고 롤을 비롯한 AOS장르 게임의 기본 발판이 되었다. 롤은 AOS장르를 대중성 있게 쉬운 시스템으로 출시한 게임이다.

사람들은 모두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가 전무후무한 게임인 것을 알고 있다. 그만큼 대단한 인기를 누린 ‘대작 중의 대작’이라는 뜻이다. AOS장르의 게임은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아왔으며, 현재 AOS의 1등 주자인 롤이 그 계보를 이어가고 있다. 안 기자는 “왠만한 대형 MMORPG가 출시되더라도 이 기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롤 용어정리>
소환사의 협곡: 롤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장. 세 라인과 정글로 이루어져 있다.
포탑: 적을 공격하는 망루.
미니언: 라인을 따라 이동하는 플레이어 이외의 캐릭터. 아군과 적군으로 나뉜다.
억제기: 각 팀 진영 안에서 상대편 슈퍼 미니언 생성을 억제함. 넥서스를 파괴하기 위해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바론: 정글에 있는 몬스터 ‘내셔남작’. 처치하면 공격력, 주문력, 체력재생력이 오른다.
랭크게임: 가장 높은 레벨인 30레벨 유저들끼리 등급을 나누는 게임.
캐리: 팀의 승리에 가장 기여를 한 챔피언.
룬: 소환사가 게임 시작부터 착용하는 일종의 아이템. 능력치를 올려준다.
특성: 소환사에게 부여되는 버프. 능력치를 올려준다.
킬: 적 챔피언을 처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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