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영화 <엘리트 스쿼드>의 썩은 사회를 보며 그것에 분노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한국 사회가 영화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상위 1%를 위한 사회,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 대한 공감 뿐 아니라 부패한 사회를 살아가는 대학생의 모습이다. 우리 자신이 대학생이기 때문이다.

개인의 미래가 막막해 사회문제에 눈 돌릴 겨를이 없는 전형적인 한국의 대학생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영화에서 충격적인 것은 사회문제에 움직이고 행동하는 대학생들의 실상을 까발리는 것이다. 필자 역시 정치적 성향이 강하고 사회문제에 민감하다고 자처하는 대학생 중 하나다. 이 영화는 이런 나에게 ‘네가 현실을 아느냐. 너도 책 밖의 세상은 쥐뿔도 모르는 먹물이지 않느냐. 네가 진짜 현실을 안다면 이렇게 행동할 수 없다’하며 불같은 꾸지람을 준다.

그랬다. 스스로는 인지한 적 없었지만 사실 나는 바닥이라고는 모르고 자라 고등교육을 받는 엘리트 계층, 소위 먹물이었던 것이다. 농촌살리기를 성토하다 보드카 한 잔 즐기는 모습은 빈민구호 활동을 하며 빈민의 피가 스민 마약을 하는 영화 속 대학생과 다르지 않다.

필자는 스스로가 영화의 대학생들과 닮은 점이 많을까봐 두렵다. 현실을 모르고 떠들면서 진짜 현실을 알고자 하는 마음도 없는 대학생은 먹물에 지나지 않는 쓸모없는 존재다. 분명 대학생에게 고유한 대학생만의 역할이 있는 것은 타당하나 그것이 탁상공론이나 고립화라면 안 될 일이다. 대중의 현실도 모른 채 자신이 의식 있는 청년이라고 믿으며 우월감에 빠지는 것은 사회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가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무서운 일이다.

사회문제들에 주목하는 대학생에게 <엘리트 스쿼드>는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 볼 좋은 기회가 된다. 답답한 한국 사회에서 내가 주목해야할 현실은 무엇인지, 내 활동반경 너머에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알아야한다. 그렇지 않은 참여는 술자리 푸념이나 무의미한 패싸움에 지나지 않게 된다. 부패한 사회 속 대학생의 사회참여는 훌륭한 일이다. 단지 겸손한 자세로 여러 사람들의 현실을 알고자 하고 시야를 넓힌다면 그 참여가 보다 의미있게 될 것이며 근본적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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