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5월 민중항쟁 33주기를 맞는다. 30년이 지났어도 ‘임을 위한 행진곡’ 논쟁에서 보여지듯이 지금도 우리에게 5월은 현재 진행형이다. 1980년 5월 민중항쟁은 유신체제 붕괴이후 신군부의 등장에 대한 저항이었고 역사적 퇴행에 대한 민중의 분노였다. 그해 4월 전남대학교는 학원자율화 운동 속에서 박관현 열사를 회장으로 하는 총학생회가 잠시나마 부활하였다. 총학생회는 어용교수 퇴진을 위해 농성을 하고, 중간고사까지 거부하는 투쟁을 진행하였다. 학내 민주화 투쟁의 열기는 사회 민주화 투쟁으로까지 확대되었으며, 이는 광주 5월 민중항쟁에서 선도적 투쟁의 마중물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전남대학교의 자랑스러운 학생운동의 흐름은 독재정권하에서도 굴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져 왔으며, 그 저항의 구심에는 항상 (총/총여)학생회가 자리 잡고 있었다. 1984년 총학생회가 재건되었고, 87년 6월 항쟁시기에는 수많은 학생들이 동참하였다. 하지만 IMF이후 김대중 정권의 등장에 따른 독재와 반독재 구도의 붕괴와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따른 개인간 경쟁의 가속화는 학생회의 위상과 역할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게 하였다. 일괴암적인 대동단결과 과격함을 비판하면서 유연성, 탈권위, 여성주의, 내부민주주의 등을 강조하는 성찰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또한 그간 학생회로 대표되는 자치기구가 포괄하지 못하는 다양한 영역과 주체들이 등장하여 학생회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재조직되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거대 담론의 우위 속에 투철한 이념과 자기 헌신으로 무장한 한 시대가 지나갔다. 그 역사의 궤적에 대한 비판과 한계와 공백이 존재하지만, 고갱이는 여전히 살아 숨 쉰다. 젊은 청춘들은 학생자치의 새로운 기획과 실험을 통한 꼬뮌적 삶을 꿈꾸고 실천하려 한다. 소통과 참여의 확대, 건강한 논쟁과 비판의식의 함양, 민주적 의사결정의 추구는 학생자치기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나아가 군림하지 않는 대표체계, 다수자의 독재에 맞서는 소수성의 정치, 연대와 환대의 정치, 여성-동물되기의 정치는 기존의 위계적이고, 다수자 중심적이고, 차별과 배제의 가부장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정치와는 전혀 다른 정치를 모색하게 할 것이다.

대학은 언제나 사회의 리트머스다. 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모색하고, 잡다한 것과 접속하고, 횡단하며 대안적(alternative) 삶을 꿈꿔보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젊음일 것이다. 5월의 그날도, 독재 정권의 서슬 퍼런 지배 아래에서도 이상과 열망은 꺼지지 않았다. 오늘 같은 스마트한 시대에 더 즐거운 상상과 더 다양한 실험으로 퇴행적 존재와 어처구니없는 질서에는 똥침을 놓자. ‘임을 위한 행진곡’의 한 구절처럼 ‘새 날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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