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화제 거리가 된 ‘님을 위한 행진곡’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차이는 참으로 놀랍다. 33년이라는 긴 세월 때문일까? 78학번으로 33년 전 광주에서 대학을 다녔던 필자에게는 5.8은 정말 되돌아보고 싶지 않는 어두운 과거다.

역사의 사실에는 주관적 사실과 객관적 사실이 있다. 역사에서는 어느 쪽의 사실이 더 리얼한 세계일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芥川龍之介,1892. 3. 1- 1927. 7. 24)의 덤불 속(藪の中)이라는 단편소설은 일종의 증언집이다. 이 소설에서는 살인과 강간이라는 사건에 대해서 4명의 목격자와 3명의 당사자가 고백하는 일종의 증언 이야기이다, 이 소설에는 사실(fact)과 진실(truth)의 출구가 없는 틈새에서 헤매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사실 안에서 자신이 진실한 것이라고 믿고 싶은 정보만을 취사선택하여 자신에게 편리하고 납득이 가는 사실을 만들어 내고는 어느 사이에 그 사실에 얽매이고 마는 더없이 나약하고 어리석은 존재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사정이 안 좋은 진실은 덤불 속에 버려진다는 이야기다. 5.18 민주화운동 33주년을 맞이하여 이 소설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길지 않는 33년 전의 사건에 대해서 사람들의 생각은 왜 그렇게 다를 수 있을까? 주변국가와 관계에 있어서 역사  왜곡의 사실을 경험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감안하여 보면 특별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역사를 기록할 때는 ‘춘추필법(春秋筆法)’, ‘술이부작(述而不作)을 강조했는지 모른다.

5.18 민주화운동은 국내적으로는 18주년의 해인 1997년 5월 ‘5.18 민주화운동기념일’로 제정되었고, 국외적으로는 31주년이 지난 2011년 5월 25일에는 5.18 민주화운동기록물이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기록보존의 측면에서 보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기록물은 편철 4,271권, 8,580,904페이지, 네거티브 필름 2,017컷과 사진 1,733장, 영상 65작품, 1,471명의 증언, 유품 278점, 연구물 411개, 예술작품이 519개로 참으로 방대한 자료이다.

그리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1997)을 비롯해서 조선왕조실록(1997), 직지심체요절(2001), 승정원일기(2001), 조선왕조의 의궤(2007), 해인사 대장경판 및 제경판(2007), 동의보감(2009), 일성록(2011), 5.18 민주화운동기록물(2011)등 총 9건이다. 말 그대로 인류의 중요한 기록유산이며, 우리 민족에게는 더없이 민족의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대표적인 기록유산이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기록물에 대해서 왜 가슴 한편이 저려 오는 것일까? 많은 이름 없는 희생자 때문일까? 아쿠타가와의 단편소설에서처럼 사정이 안 좋은 진실은 정말 역사 속에서 버려지는 것일까? 오늘날 우리에게는 역사의 진실에 대한 무지를 견뎌내는 용기와 더불어 무지를 인정할 수 있는 겸허함이 필요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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