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 무지개색은 동성애자를 상징하는 색이야.”

비오는 날 무지개 색 우산을 펼쳐든 필자에게 미국에서 3년간 살다 온 룸메이트 언니가 무심히 건낸 한마디다. “그래요?” 나도 무심하게 대답했다.

‘동성애’, 낯설지만 어색한 단어. 시험 기간이던 지난달 23일 성 소수자를 위한 ‘육우당 문학상’ 첫 당선자 이은미 씨의 인터뷰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육우당 문학상은 2003년 4월 윤 모(당시 19세·필명 육우당)씨가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좌절해 목숨을 끊은 지 10주기를 기리며 제정된 것이다. 이 씨는 “차별을 없애는 것은 동성애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동성애를 이상하게 만들어 가는 사회가 비정상적이고 부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기사에 달린 대다수의 댓글은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들을 보며 아직도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애자들의 현실을 체감했다. 지난달 30일 반기문 사무총장은 “동성애 혐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며 우리나라의 동성애 혐오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 트렌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열린지도 벌써 14년째다. 성소수자를 위한 권익 보호 운동도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느 쪽이 맞다’ 단정지을 수는 없을 것이다. 동성애는 차이일 뿐, 결코 차별받아야 할 이유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동성애자가 거의 없다. 아니 ‘숨어 있다’가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살다온 언니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비해 동성애에 관대한 편이긴 하지만 미국인 모두가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동성애는 어느 곳에서도 완벽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 온 뒤 날씨가 개고 나면 맑은 하늘에 무지개가 뜬다. 이처럼 성 소수자들의 차별을 향한 투쟁이 끝나는 날, 어둠 속에서 편견이 사라진 사회로 나온 그들이 무지개처럼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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