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면 하고 싶은 목록 중 하나는 그린호프였다. 적어도 나의 입학 동기들은 봄이나 가을, 다 함께 수업을 째고 잔디밭에 앉아, 햇살 아래 막걸리와 짜장면과 대학의 낭만을 음미하고 싶은 시간을 가지고 싶어했다. 학기 내내, 그러자고 말은 해왔지만 실상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모두가 학기 중에 숙제, 외국어, 동아리 등 다른 일정으로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 상, 나에게 학교 내에서 음주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체육대회나 축제와 같은 365일 중 1주일 채 안 되는 행사기간뿐이었다. 계속 미뤄둔 그린호프에 대한 미련은 이제 버려야 할 듯 하다. 2012년 9월 5일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으로 대학 내 음주금지령으로, 햇살 아래 캠퍼스 잔디서 맥주 한 캔으로도, 1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대학 내 음주금지령은 보건복지부가 건전한 대학생활을 위해 시행하는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안 중 하나이다. 이는 이제까지 대학생들이 학과 행사나 개인적인 술자리에서의 사건, 사고와 음주로 인해 유발되는 흡연을 줄이는 목적으로 시행된다. 하지만 2013년 이후 금주, 금연의 대학교는 2013년 이전의 음주, 흡연의 대학교보다 더 ‘건전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라 말할 수 있을까?

술은 단지 대학만의 문화가 아니다. 한국의 직장 문화 중 손꼽히는 것 역시 술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술을 권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 내 동료거래들과 친해지기 위한 자리부터 거래처와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하는 자리까지. 모두 손만 뻗는다면, 술병을 잡을 수 있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그래서인지 대학 내 술자리에서도 주량이 세면, “사회생활을 잘하겠어” 하고 주량이 약하면, “그래서야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겠어?” 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게 된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애주 문화의 문제점을 몇몇 사건만으로 단순히 대학생들만의 문제로 치부하려고 하는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닌가 싶다.

번화한 대학교 거리는 대부분 술집의 거리로,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사람들이 항상 북적인다. 대학생도 직장인도 모두 대학 앞 합리적인 가격과 맛있는 안주를 보장하는 가게에서 함께 술잔을 기울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대학교 앞에는 걸어서 10분 채 걸리지 않는 가격도 좋고, 맛도 좋은 술집들은 엄청나게 많다. 그렇기에 이는 건전한 대학생활을 위한 학내 금주령은 오히려 대학생의 음주량을 줄이기는커녕, 주변 술집의 매출만 상승시킬지도 모를 일이다.

이처럼 대학 내 음주 금지령은 실효성마저 불투명할 뿐 더러, 이는 대학생의 선택의 자유를 빼앗고 대학생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법적으로 만 19세인 사람이라면, 음주와 흡연을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이성에 근거하여 올바른 선택과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법이다. 대학교 내 만 19세 이상의 대학생은 만 19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과의 차이가 무엇일까? 하지만, 요즘 잦아진 대학생 음주사고로 대학생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주체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겨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 우리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오히려 간단하다. 술에 취한 친구들을 잘 챙겨주는 것. 친구나 후배에게 술을 강요하지 않는 것. 그리고 총학생회에서는 음주에 대한 캠페인을 하여 현 음주문화의 문제점을 대학생 본인들과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 무엇보다 술에 대해 문외한인 상태인 새내기들의 사고가 많은 만큼 새내기들에게 음주문화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병원에서 말기암을 치료할 때 단순히 종양만 떼어낸다고 하루아침에 치료되지 않는다. 전이 평가를 통해 종양을 제거한 다음, 항암제를 투여하면서 예후를 살펴가며 치료해나가는 것이다. 사실 외과적 종양제거는 간단하다. 학내 금주령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후 항암제 치료가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대학 내 음주문화 그리고 한국 사회 내 음주문화도 마찬가지이다. 음주로 인한 사건, 사고가 많은 만큼 한국의 음주 습관은 말기암적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이를 마치 대학내 금주령과 같이 짧은 시간 내 간단하게 바꿀 수 있다는 인식을 버리는 것이 우리들의 음주 문화를 개선을 위한 출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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