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주변 하숙 단 두 곳, 원룸·고시원은 383곳…개인주의 탓에 하숙 기피

▲ 고시원이 모여 있는 경영대 뒤의 모습.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하숙집이 많았지만 요즘은 하숙집을 찾아보기가 극히 드물다.
“요즘 애들은 말이야…”. 4~50대의 어른들은 대학생들을 보며 ‘요즘 애들은’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중, 고등학생들을 보며 ‘요즘 애들’이라 말하는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왜 4~50대와 다른 ‘요즘 애들’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전대신문>은 현재 대학생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주거, 놀이, SNS, 연애 등을 통해 현재 대학생들의 모습은 어떤지, 과거의 모습과는 무엇이 다른지를 세 번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그 첫번째는 하숙집 대신 원룸, 고시원들로 대체되는 대학생들의 ‘주거문화’다. /엮은이

“참하게 생겨가지고 경찰시험 준비하던 여자 애기 하나가 있었어. 쩌기 풍향동으로 시집갔제. 그랬는데도 몇 번이고 찾아온당께. 결혼해가꼬 아들 데려오더니 지난번에는 더 쪼매난 딸도 하나 데러오더라고. 그래서 내가 하나 더 낳으라한께 ‘그럴까?’하더니. 오메, 또 하나 나서 데려왔당께. 갸가 명절때믄 맨날 요로코럼 영양제도 하나씩 사서 들고와.”

우리 대학 예향학사 뒤 한화꿈에그린아파트 후문 쪽에 위치한 ‘할머니하숙’을 운영하는 조복순 씨(80)의 하숙생 자랑은 끝이 없었다. 과일을 한가득 안고 놀러오는 하숙생, 불쑥 찾아와 점심밥 같이 먹자고 조르는 하숙생…. 하지만 조 씨는 더 이상 웃으며 하숙생 자랑을 늘어놓을 수 없었다. 지난해 설날 이후 하숙생이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진짜 많았제. 하숙생 한 명이 나가믄 또 다른 하숙생을 소개시켜주고 해가꼬 한 20년 동안 하숙생이 끊이질 않었어. 근디 요즘은 없어. 두 명 사는 방에 혼자 살믄 안되냐고 묻는 얘들이라도 있었는디, 요즘은 그런 얘들도 없단께”하는 조 씨. 그는 조만간 하숙일을 접고 자식들 곁으로 가서 지낼 생각이다.

사라진 하숙집
대학가 주변의 하숙집이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주인집 아주머니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지내는 하숙집이 많았던 반면 지금은 한 곳을 찾기도 힘든 상황이다. 조사 결과 북문(후문, 광주은행~이은식어학원)에는 단 한 곳의 하숙집도 찾을 수 없었다. 반면 다가구주택(원룸)은 60곳, 고시원은 28곳에 달했다. 동문(정문, 북구보건소~전남대치과병원), 경영대 뒤(상대, 대신파크~유창아파트) 역시 하숙집은 두 곳 뿐이었다. 반면 원룸은 246곳(동문 113곳, 경영대 뒤 133곳), 고시원은 49곳(동문 5곳, 경영대 뒤 44곳)이었다.(‘소통광필eR의 자취생을 위한 주거지 정보 지도’ 참고) 이는 건물 수만 조사한 것이고 세대수까지 추정해보면 2,500여명 이상의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시원, 원룸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십여년 전 부터다. 북구청 건축과 관계자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독서실들이 고시원 등으로 형태를 바꿨고, 2008년경 원룸선호 현상이 불면서 원룸이 많이 신축됐다”고 설명했다.

우리 대학을 졸업한 장명은 씨(95학번)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친구들 중 하숙생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며 “하숙집 아주머니가 직접 쓴 ‘하숙생구함’이란 손글씨 대신 컴퓨터로 인쇄한 원룸, 고시원의 간판이 가득 찬 학교 주변을 볼 때면 시대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개인주의, 자유로운 연애 영향
하숙집이 사라진 데는 개인주의 영향이 크다. 요즘의 대학생들은 얼굴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방을 쓰려고 하지도, 밥을 먹으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경영대 뒤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영 씨(44)는 “하숙집의 경우 대부분 한 방에 두, 세명씩 생활한다. 큰 하숙집일 경우 스무명 정도까지 함께 생활하는데 요즘 대학생들 중 누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을 견디겠나. 줄 서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부터 큰 불편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동문 주변에서 원룸을 운영중인 임병옥 씨(59)는 ‘자유로운 연애관’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임 씨는 “남학생, 여학생 모두 이성친구를 자유롭게 방으로 들이는 것을 보며 놀랐다. 하숙집에서는 이런 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독립적인 공간이 보장된 원룸이나 고시원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3월부터 경영대 뒤 원룸에서 하숙을 시작한 인문대 ㄱ 씨는 “하숙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취하면서 친구들을 방에 데려오고 싶은데 하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또 “하숙집 밥은 그리 맛있을 것 같지도 않고, 맛있다 하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는 경우가 많아서 돈 낭비가 될 것 같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하숙생활을 하는 학생들이 있다. 경영대 뒤에 위치한 ‘엄마손하숙’에는 열명 남짓한 학생들이 하숙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1년 반째 생활하고 있는 졸업생 ㄴ 씨(04학번)는 “신입생 때까지만 해도 군데군데 하숙집이 보였는데 지금은 이곳 말고는 하숙집을 찾아볼 수 없다”며 “대학생들보다는 고시공부를 하는 이들이 주로 하숙을 하는데, 하루 종일 독서실에서 공부하면 대화 상대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사람을 만나 대화 하는게 좋다”고 말했다. 또 “주인할머니가 하숙생이 많았을 때는 50여명이라고 하던데, 그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보다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