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규 총학생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중앙운영위원회(중운위) 회의 때 <전대신문>이 보도한 ‘아직도 기합 받는 대학 MT’에 대해 논의됐으니 잠깐 만나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77개의 학과가 기합을 받는다는 것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요청했다. 개개인에 따라 기합에 대해 달리 느낄 수 있는데 ‘대체 누구에게 취재했냐’는 질문이었다. 또 기합을 준다는 학교의 이미지가 강해졌다, 기합문화가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간단한 PT체조 정도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도 했다.

물론 김 회장의 말처럼 개인에 따라 기합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느끼든 77개의 학과에서 후배가 선배의 강압적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하는 기합을 받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보다 ‘기합을 심각하게 느끼는 학생에게만 취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만 보내는 그의 모습에 실소만 나왔다.

또 학교 이미지를 운운하는 그가 실망스러웠다. 기사가 보도되면, 아직도 기합이 행해지는  MT문화에 대한 ‘대안’을 학생들과 함께 고민할 줄 알았다. 총학의 기치가 행동하는 ‘대안’학생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도, 참으로 슬프게도, 우리 대학에서 쉽사리 기합 MT가 사라지지 않을 듯하다. 총학생회장, 총여학생회장, 그리고 단과대의 대표가 모인 중운위에서 기합 MT를 비판하는 기사를 두고 “편향된 기사”라고 언급하는 실정이니 말이다.(총학 홈페이지 14차 중운위회의록 참조)

다시 한 번 말하건데 기합을 준다는 학교 이미지가 강해진 것이 아니다. 77곳의 학과가 행하고 있는 기합 MT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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