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규(미술·08)
임준규(미술·08)

과연 한국인들은 한국을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 역시 자신의 나라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미국을 ‘자유와 기회의 땅’으로 정의한다.

미국인들에게 자유와 기회라는 가치관이 확고히 자리 잡아있기 때문이다. 미연방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미국은 남북문제, 경제대공황 등 여러 위기에 직면했다. 그럼에도 짧은 역사 속 미국인들은 뚜렷한 정체성을 찾았고 그들이 자유의 땅에 살고 있음을 자부한다. 김봉중 교수는 이런 역사 속에서 미국이 세계 강대국 반열로 오를 수 있었던 이유도 ‘대통령의 리더십’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미국 건국 초기 힘든 상황에도 헌법을 중요시 여겼다. 지역감정으로 시작된 미국의 남북전쟁은 이후 어떠한 사람도 처벌받지 않았다. 김 교수는 남북전쟁에 대한 미국의 관용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풀어낸다.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각 대통령들의 연설문 등을 이용해 ‘위대한 미국 대통령을 만든 철학’을 자부심, 되새김, 포용과 관용, 미래지향성이란 네 가지 리더십으로 분류한다.

미국 대통령들은 ‘자부심’을 중시한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미 대공황의 터널로 빠져든 미국은 단순한 경제적 위기뿐 아니라 체제와 가치에 대한 총체적인 회의를 불러왔다. 그렇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그 당시 미국의 체제와 가치에 절대적 자부심을 드러냈다. 루스벨트는 경제공황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은 심리적인 것에 있다고 봤다. 그는 취임연설에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바로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는 말을 남기고 매주 라디오를 통해 국민들과 소통하는 노변담화를 진행했다. 노변담화의 핵심은 국민이 미국의 체제와 전통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두려움에 떨며 자신감이 떨어진 국민에게 다가가서 자신감을 회복하게끔 하는 데 전력한 것이다.

‘되새김의 리더십’도 미국 대통령들에게서 볼 수 있는 독특한 리더십이다. 출발이 불안정했던 미국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제도와 전통을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지도자들의 ‘되새김의 리더십’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되새김의 전통은 미국 초기부터 구축됐다.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의 범세계적 가치관을 대변한 게티즈버그 연설은 미국 건국이념에 대한 링컨의 되새김이었다. 미국 최고의 연설로 꼽히는 링컨의 연설 역시 윌슨에서 오바마까지 역사적으로 되새김됐다. 오바마가 취임식 주제로 사용한 ‘자유의 새로운 탄생’역시 링컨의 연설에서 따온 것이었다.

세 번째 ‘포용과 관용의 리더쉽’은 링컨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남북전쟁, 노예해방 등을 겪었지만 미국역사에서는 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남부를 포용했던 링컨의 리더십이 미국을 하나로 통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훌륭한 리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미래지향적 리더십’이다. 

김 교수는 미국과 독일을 예로 ‘긍정적인 역사 부각’을 강조한다. 미국 루스벨트는 연설의 시작을 “존경하는 후버 대통령”으로 시작하여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을 나타내며 미국의 가치를 되새겼다. 같은 시기 히틀러가 이전의 바이마르 정권의 “부패와 타락”을 비판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 것이다.

한국 역시 역사의 긍정적인 부분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에 살핀 네 가지 리더십은 미국을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 내는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미국에 우호적이든 비판적이든 미국의 국가모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만들어진 전통이자 신화라면, 그것을 창출했던 커다란 주역은 바로 대통령의 리더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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