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실습 통해 미국 문화 익혀…“인턴십은 단순 현장 실습”

▲ EPI 담당자 'Lesley Sapp'이 AAC를 찾은 아시안 유학생을 상담하고 있다.
▲ EPI 담당자 'Lesley Sapp'이 AAC를 찾은 아시안 유학생을 상담하고 있다.

우리 대학과 미국 미주리대학교는 1978년 최초로 학술교류협정을 체결했다. 이후 현재까지 교환학생, 인턴십 프로그램 등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관계의 뿌리는 미주리 출신의 미국 트루먼 대통령이 1950년대 중반 형편이 어려운 한국 유학생들의 무상교육을 요청하는 등 한국에게 도움을 주면서 시작됐다.

미주리대학교에는 아시아 유학생을 돕는 전문 기관인 아시안어페어센터(AAC, AsianAffairsCenter)가 위치해 있다. AAC는 대학생들을 위해 ‘EPI’(English&Professional Immersion), ‘I-LEAP’(International Ledership, Excellence And Professionalism) 등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1년 프로그램이 시작된 이래로 164명의 우리 대학 학생이 AAC의 국제 교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기자가 AAC에 방문했던 지난 1월, 우리 대학 학생 4명이 참여한 EPI가 진행되고 있었다. EPI의 구체적인 내용과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문화 속 생생 영어 배우기
AAC의 EPI 목적은 현장에서 배우는 ‘영어’와 ‘문화 체험’이다. 영어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말하는 이의 ‘태도’가 중시되는데 이는 현지 문화 속에 살며 몸소 체험해야만 익힐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EPI는 여름, 겨울 방학 6주 동안 진행된다. 일주일에 3일은 다양한 체험 중심의 영어교육을 받는다. 교육은 ‘영어 메일 쓰기, 이력서 쓰기’ 등 실질적으로 삶에서 필요한 부분을 가르친다. 나머지 2일은 인턴십을 진행한다. 토요일이 되면 지역의 박물관에 가는 등 가까운 곳으로 체험을 떠나기도 한다. EPI의 정해진 일정이 끝나면 학생들은 현지에서 사귄 미국인 친구 집에 놀러가기도 하고 마트에 장을 보러 가기도 하는 등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우리 대학은 매해 4월과 10월에 평균 6명의 EPI 참가자를 뽑는다. EPI에 지원하기위해서는 2학기 이상 이수한 재학생이어야 하며 기이수 평균 성적 3.0 이상 이어야 한다. 또 계절학기 학점이 채워지는 프로그램이므로 계절학기를 신청해야 한다.

EPI의 당락은 ‘영어’가 결정한다. 공인외국어점수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에 영어 성적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 EPI 참가자 윤지연 씨(수학·10)는 영어 준비를 강조하며 “뭔가를 하고 싶다면 알아보고,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AAC와 화상통화로 면접도 보니 미리 연습해 놓으면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라던 인턴십 아냐…EPI의 쓴맛
EPI에 참여한 4명의 학생들 김근애(전자공학·08), 김진리(원예생명공학·09), 윤지연, 정신희 씨(영어영문·09)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문화를 배울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들이 가장 신기했던 것은 미국의 팁 문화였다. 또 Sorry, Thank you 등의 표현이 일상화돼 있는 모습도 좋았다.

하지만 인턴십은 실망적이었다. 이들이 EPI에 참여한 이유는 “방학 동안 부담 없이 인턴십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EPI의 인턴십은 전문 업무를 하기보다는 ‘해외현장 실습’에 초점을 맞춰 은행, 초등학교 등지에서 ‘보조’ 역할을 한다. 김근애 씨는 “솔직히 바랐던 전문 인턴이 아니라 당황했다”면서 “학교에서 미리 정확하게 설명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김진리 씨는 “인턴십 희망 분야를 말할 때 ‘어느 분야의 일을 하고 싶다’가 아닌 ‘어느 분야의 무슨 일을 하고 싶다’로 정확히 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타 대학에 비해 지원금이 적은 것을 문제 삼기도 했다. 참가비, 항공비 등을 포함해 700만원이 소요되는데 우리 대학 지원금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는 300만원, 부산대학교는 최소 500만원에서 600만원이다.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의 비용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신희 씨는 “무리해서는 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리 씨는 “지원금은 부족하지만 다른 어학연수보다는 낫다”며 “우리 대학도 지원금이 늘면 학생들의 만족도도 더 높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말처럼 EPI는 전문 인턴십이 아니다. 타 대학에 비해 지원금도 형편없어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말처럼 학교 측의 지원이 늘면 ‘문화 속에서 문화를 이해하고 영어를 배우고자’하는 EPI의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