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와 각 시설은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의 본령에 봉사한다. 60여 년 동안 우리 캠퍼스는 곳곳이 좋아졌으며, 시설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였다. 지난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서 건물이 많이 늘어났음에도 공간에 대한 요구는 여전하다. 여전히 많은 학과와 부서에서는 ‘공간’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강의실 활용률을 높이고 실험실을 공동으로 사용해서 그 나머지의 공간을 새로운 프로그램을 위해 사용하자는 이 간단한 아이디어는 사실 오래된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우리 대학의 시설면적은 일정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정책은 물론이거니와 공간 확보에 관한 사고의 틀이 변화되었다. 신축을 지양하고, 기존의 시설을 리모델링하자는 것이며,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의 것을 재정비해야하는 단계이다. 거기에 사회가 발전하며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바뀜에 따라 더 많은 면적이 소요되는 곳도 생겼고, 또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프로그램을 수행할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교육환경은 과거 교단에서 많은 수의 학생들을 일방향으로 교육하던 방식에서, 소규모의 그룹이 양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한 연구 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연구실험실들이 갖고 있던 경직성을 벗어나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융통성을 갖도록 요구한다. 이 추세는 시설에 관한 우리의 태도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덧붙여, 강의와 연구라는 기본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있는 공유공간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강의 시간의 사이, 도서관에 있다 나와서 잠시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들을 살펴보면 열악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인 공간들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다면, 이 공유공간의 질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한편 복도는 물론이거니와 계단실과 화장실도 마찬가지다. 이곳들이 잘 디자인되어, 편하게 쉬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기본적인 기능을 잘하게 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친환경디자인기법을 적용하고 무장애공간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건물 안에 소규모 단위의 실들을 만들어 휴식과 함께 소그룹의 세미나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 안에는 그저 앉아 놀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책이 아니라 사람이 모이는 장소로 바꾸어야 한다. 건물을 나서면, 그늘 아래 자연을 만나게 해야 한다. 이것들이 연결되는 캠퍼스 전체가 걷기 좋은, 앉아있기 좋은 장소가 되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길가에 불법 주차된 차들은 옮겨져야 할 것이다. 캠퍼스와 그 안의 각 시설이 기능만을 대상으로 효율성을 논의하는 것이 그간의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그 안에 오면 그냥 좋은, 그래서 오고 싶은 곳이 되도록 해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를 넘어 캠퍼스와 공간에 대한 의지의 문제이며, 철학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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