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은 혼자 오지 않는다(Ill fortune seldom comes alone)”고 한다. 세상은 늘 어렵기 때문에, 겹치는 불운에 대해 위로와 격려를 하기 위한 격언이다. “행운은 혼자 오지 않는다”라는 격언은 없는 듯하다. 행운은 사람을 들뜨게 만들고, 경솔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거기다 행운이 겹친다면, 인간은 더 나태해지고, 요행을 바라게 될 터이니, 겹치는 행운을 기대하게 할 격언은 없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도 행운이 겹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행운은 혼자 오지 않는다”는 새 격언(?)을 떠올리게 된 것은 지난 해 경험한 더·나·가(더 나은 가르침을 위한 교수모임) 때문이다. 더나가를 통해 나는 두 번이나 정말 즐겁고 소중한 경험을 하였다.

2012년 1학기에 우연히 더나가 모임인 ‘어울림 2’에 참여하게 되었다. 외국인 교수 세 분, 한국인 교수 세 분이 모여서 2011년에 ‘어울림’을 구성하였다. 어울림은 보다 효과적인 영어강의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다. ‘어울림’ 교수들이 영어강의의 구체적인 사례를 토의하기 위해서 2012년 봄학기에 ‘어울림2’를 구성하였고, 추가로 두 분이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어울림’ 기존 구성원의 권유로 합류하게 되었다. ‘어울림2’에서는 각 교수님이 자신의 강의를 다른 교수님 앞에서 실연하였고, 강의 방식, 강의 내용, 교재선택, 교재의 양, 테스트 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였다. 영어로 하는 강의는 한국어로 하는 강의와 그 내용, 방식, 교재 등등의 여러 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고, 또 강의 주제, 학생 수준 등에 맞추어 강의해야 하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다. ‘어울림2’ 교수들은 각 구성원의 강의를 듣고 토론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교환하고, 각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서, 채택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각자 최선의 방식으로 영어강의를 한다고는 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강의를 표준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제적인 강의사례에 대한 토의는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세미나실에서의 토의도 좋았지만, 토론 이후의 저녁시간도 좋았다. 저녁시간은 말 그대로 어울림의 시간이었다. 매번 식사장소를 바꾸어 가며, 맛있는 음식을 놓고 학생, 학교의 문화, 동서 문화의 차이 등을 소재로 삼아 담소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영어 농담이 통하는 흔치 않은 기회를 즐길 수 있었고, 막걸리와 맥주는 우리의 웃음소리를 한층 듣기 편하게 바꾸어 주었다.

지난 2학기에는 성격을 달리하는 더나가 모임에서 또 다른 행운을 느꼈다. 농기계학, 안보학, 구강학, 행정학 등 서로 다른 네 분야의 교수가 ‘자율프로’라는 모임을 구성하였다. 주입식 교육의 단점은 많이 논의하면서도 한 학기에 걸쳐 학생중심-토의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해 보려는 진지한 시도는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자율프로’는 학생이 주도하는 토론중심의 학습방법을 모색하고, 특정 과목에 맞는 토론주제를 선정해 보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교수나 학생이나 주입식 수업에 익숙해진 상황에서 교수는 가이드 역할만 하며, 학생이 스스로 공부하고, 토론할 수 있는 수업을 구상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기본적인 지식을 학습해야 제대로 된 토의를 할 수 있는 농기계 분야와 구강학 분야에서 토의중심의 수업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율프로’는 과목별로 토의중심 교육은 달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각 분야에 맞는 방법을 탐색해 보았다. ‘어울임2’와 마찬가지로, 자율프로 토론 이후의 식사시간은 또 하나의 즐거움의 자리였다. 식사시간은 평소에 알고 지내던 네 교수가 사실은 서로를 잘 몰랐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깨달음의 장이 되었다. 평소 논의하지 않던 교육방식에 대한 진지한 논의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토론 후 모임에서 평소에 하지 않던 개인사에 대한 진지한 얘기가 이어졌다. 소주와 맥주의 화합력(?)에 힘입어 우리는 서로의 새로운 모습에 더 나가게 되는 뜻하지 않은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행운은 용감한 자의 편(Fortune favors the brave.)”이라고 한다. 행운은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자에게 온다는 말이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어울림2도 자율프로도 모두 새로운 시도였고, 토의와 저녁시간을 통해 나는 겹으로 즐거움을 느꼈다. 더·나·가를 “더블로 나에게 가까이 온 행운”으로 새겨 두고자 한다. 두 학기에 걸쳐서 행운은 겹으로 찾아왔으니까. 행운은 혼자 오지 않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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