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애설로 화제가 된 기성용 선수는 축구화에 자신과 연인의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지난 26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카타르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손흥민 선수도 축구화에 태극기 자수를 박았다. 이처럼 축구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축구화에 특별한 의미를 담는다. 김병진 씨(철학·13)의 축구화 역시 그에게 특별하다. 낡고, 헤지고, 흙먼지로 뒤덮이고, 자수도 새겨져있지 않지만 말이다.

김 씨가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년 째 쓰고 있는 이 축구화는 아버지와 자신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간 축구화 매장에서 이 축구화를 선물 받았다. 18년 만에 아버지에게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었다. “생일에도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김 씨에게 아버지가 준 첫 선물은 어떤 선물들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엄격하고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아버지여서 더욱 그랬다.

아버지는 김 씨에게 축구화를 선물하며 “공부하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운동을 하며 풀라”고 하셨다. 실제로 김 씨는 공부와 축구만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축구화 덕분에 특별히 큰 말썽 없이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김 씨에게 이 축구화는 학창시절을 건전하게, 건강하게 보내길 원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이 축구화는 김 씨와 아버지의 소통의 창구이기도 했다. 김 씨는 고등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주말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가서 공을 찼다. 집에서는 대화가 별로 없는 김 씨와 아버지이지만 축구를 할 때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 씨는 “집에서는 엄하고 말씀이 없으신 아버지에게 축구도 배우고,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웃었다.

오랜 기간 사용한 것에 비해 아직 튼튼해도 언젠가 교체해야 하는 축구화지만, 그 때가 오더라도 김 씨는 이 축구화를 버리지 않을 예정이다.

“아버지가 처음 주신 선물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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