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가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년 째 쓰고 있는 이 축구화는 아버지와 자신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간 축구화 매장에서 이 축구화를 선물 받았다. 18년 만에 아버지에게 처음 받아보는 선물이었다. “생일에도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는 김 씨에게 아버지가 준 첫 선물은 어떤 선물들보다 특별하게 느껴졌다. 엄격하고 무뚝뚝한 줄만 알았던 아버지여서 더욱 그랬다.
아버지는 김 씨에게 축구화를 선물하며 “공부하며 쌓이는 스트레스를 운동을 하며 풀라”고 하셨다. 실제로 김 씨는 공부와 축구만 하며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축구화 덕분에 특별히 큰 말썽 없이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김 씨에게 이 축구화는 학창시절을 건전하게, 건강하게 보내길 원하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것이다.
이 축구화는 김 씨와 아버지의 소통의 창구이기도 했다. 김 씨는 고등학생 때 아버지와 함께 주말마다 조기축구회에 나가서 공을 찼다. 집에서는 대화가 별로 없는 김 씨와 아버지이지만 축구를 할 때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 씨는 “집에서는 엄하고 말씀이 없으신 아버지에게 축구도 배우고, 대화를 할 수 있어 좋았다”며 웃었다.
오랜 기간 사용한 것에 비해 아직 튼튼해도 언젠가 교체해야 하는 축구화지만, 그 때가 오더라도 김 씨는 이 축구화를 버리지 않을 예정이다.
“아버지가 처음 주신 선물이잖아요.”
강승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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