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노동(housework)은 노동력 재생산과 가족유지에 기여하는 사회적 필수 노동이지만 지금까지 재생산 노동과 함께 사적인 영역에 맡겨져 왔다. 그리고 여타의 사회적 노동과 달리 노동당사자(주로 여성)에게 직접적인 화폐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노동이기도 하다. 그래서 역사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가사노동에 대해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에 상응한 임금을 지불하라는 투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업노동(schoolwork)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수업노동도 사회적이고 생산적인 지식노동이다. 발제문, 요약문, 논평, 서평, 실험논문, 학위논문 등 수많은 지적 가치를 생산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공유한다. 수업노동의 결과물인 지식과 정보는 우리 사회와 공동체, 인류에 기여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수업노동의 대가는 무엇인가. 학점과 장학금, 학위증 정도에 불과하다. 지금의 대학(원)은 연구를 하고 학문을 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위라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들어가는 형식적인 과정이 되어버렸다. 그것도 1년에 몇 백 만원에 이르는 학비를 기꺼이 지불하고, 수업노동을 재생산하는 비용까지 감수해 가면서 학위과정을 밟고 졸업을 한다.  

사회적 가치를 생산하는 수업노동에 대한 국가나 사회의 보조는 연구소나 각종 센터의 RA, TA, 한국연구재단의 연구프로젝트 팀원처럼 제도화된 영역 속에 포섭될 때만이 받을 수 있다. 국가와 제도권이 요구하고 지향하는 학문주제나 영역에서 결과물을 생산해내고 그들의 행정적? 재정적 관리통제 메커니즘에 순응할 때만 선별적으로 지원된다. 정부기관인 한국연구재단이 학계의 학술지를 관리하고, 등급을 매기며, 대학은 그것을 바탕으로 점수화하여 연구자와 교수를 채용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수업노동자는 안정적 연구와 고용이라는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불합리한 현재를 인내하고 침묵하면서, 지금의 제도화되고 위계화된 질서에 순응해 간다.    

더 이상 대학은 생산관계에서 유리되고 착취에서 유예된 공간이 아니다. 수업노동자간의 위계와 차별이 존재하고, 수업노동자의 사회적이고 협동적인 노동생산물을 독점화하고 상업화하는 기제가 존재한다. 우리는 수업노동의 가치를 단순히 개인의 능력과 실력으로 환원하여 평가해서는 안 된다. 학문과 연구는 지난시기 선배 연구자들의 축적된 노력과 수많은 이들의 사회적 결과물에 토대하고 있다. 지적 생산과 창출은 개인 간의 경쟁의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와 사회적 협동의 산물이다. 그러므로 수업노동자가 기본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연구를 위해 수업노동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와 사회에 요구하자. 덧붙여 수업노동을 권력과 자본의 구미에 맞게 관리하고 차별화하는 통제메커니즘에 맞서 싸우고, 수업노동자의 노동생산물을 사유화하는 방식을 거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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