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의 첫날이다. 재학생이야 별 무리 없이 신학기를 시작하고 있는 중이겠지만, 신입생은 강의실 찾는 것부터 시작해 분주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 수준이야 개인별로 다를 수 있겠지만, 첫날이 주는 묘한 설렘은 모두가 비슷할 것이다. 먼저 전남대에 입성한 신입생의 입학을 축하하며, 선배 혹은 선학(先學)으로서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은 말을 전하고자 한다.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신문을 읽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묻는다. 대학을 왜 왔는지, 이곳에서 무엇을 구하고 싶은지,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곳이었는지. 질문이 너무 고답적인가? 그럴 수밖에 없다. 정확하게 30년 전, 필자가 신입생이었을 때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폼 잡으려고 던져댄 말이었으니까. 사실 내 진짜 속내는 몇 가지 궁금증으로 폭발 직전이었다. 이 전공으로 취업은 할 수 있을까, 장학금은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학점 잘 주는 과목은 뭘까 등등.

민망하리만큼 현실적이었던 이 질문들은, 민주화운동으로 격렬했던 80년대 분위기에서 감히 어느 누구도 쉽게 발설하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오늘, 이제 더 이상 민망하지도 미안하지도 않은 질문이 되었다. 그만큼 청년들을 둘러싼 현실이 더 가혹해졌기 때문이다.

죽기 살기로 공부해 대학에 들어왔겠지만, 세상이 여러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리 녹록치 않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88만원 세대, 비정규직. 미안한 말이지만, 한국사회가 여러분들의 미래로 준비해놓고 있는 그림들이다. 스스로 자신을 설명할 언어를 찾고 삶을 설계해보기도 전에, 세상이 먼저 이 불온한 단어들로 여러분들의 인생을 입도선매 해버리는 형국이다.

불온한 미래는 상상력을 막는 법이다. 세상이 내민 입도선매에 응하는 순간, 여러분들의 꿈 역시 그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될 것이다. 상상력이 작동되지 않은 프레임 속에서 미래는 그리 복잡할 필요 없다. 그래서 달려가는 곳이 공무원 시험준비 학원이다. 대학도서관에서 전공 책보다 공무원 수험서를 들여다보고 있는 학생들이 더 많은 풍경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그러나 기억하길 바란다. 세상이 규정한 불온한 미래를 자신의 현재로 앞당겨 끌어들이는 순간, 건강한 도전의 영역은 없어지고, 증폭되는 불안에 사로잡혀 한없이 위축된 자신을 발견하리라는 것을. 이런 상태에서 창의적 미래를 상상할 수는 없다.

자신의 미래는 스스로를 설명할 수 있는 자기 언어와 문법을 갖출 때만이 가능하다. 유명한 멘토들의 강의가 현장에서는 가슴을 울리지만, 막상 현실로 돌아온 순간 허망해지는 것도, 그것이 그들의 언어일 뿐, 여러분 자신의 언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어는 시간을 필요로 한다. 다양한 도전을 향한 노고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언어가 만들어질 것이다. 여러분들이 앞으로 보내게 될 4년은 그 도전의 시간이다. 끊임없는 상상하고 실천하라. 오늘, 가슴 두근거리는 그 설렘이 정말 아름다운 도전으로 이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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