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 쌓기와 대학등록금을 위해 쉴 수 없었던 동계(冬季) 방학이 끝났다. 학생들은 다시금 스펙을 쌓고 다음 학기의 장학금을 위해 학점까지 병행해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방학임에도 쉬지 못했던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는 1학기의 시작은 더욱더 치열한 경쟁의 시간이다. 다른 이들보다 더 높은 어학점수, 더 많은 공모전과 자격증을 위해 공부한다. 또한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 가정 형편이 나빠진 학생들은 치열한 스펙전쟁에도 참여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법적으로 정해진 최저임금도 지켜지지 않는 곳에서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 사회에서 스펙 경쟁과 대학등록금은 대학생들의 목줄을 쥐고 그 위에 군림하여 이 시대의 청년들을 길들인다.

우리는 과연 스펙과 대학등록금에 대해 순응하여 기득권이 만들어 놓은 제도와 조건에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우리는 무엇이 자유를 억압하는 문제인지 직시하지 못한 체 순응하며 살고 있다. 또한 그 문제에 대해서 비판하거나 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우리는 아직까지 스펙 쌓기와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해서 정확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 이다. 하지만 스펙 쌓기와 대학등록금 문제에 대한 명확한 원인 인식과 그것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주장하여 그 주장한 바를 이루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것은 대학교가 아닐까 한다. 대학교의 진정한 배움이야말로 나 자신을 알고 타인을 이해하며 전체 우리 사회에 대한 안목을 넓혀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우리 대학교에서는 그러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학교의 교시(校是)로서 ‘진리’를 내세우고 있으면서도 교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제도는 진리의 탐구가 아닌 기득권이 청년들에게 내놓은 스펙 쌓기에 호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는 대학교가 나서서 학생들을 스펙 전쟁으로 내몰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교내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정하고 선발하는 교내 장학금제도는 그 역할의 선봉을 맡고 있다. 각 대학과 학과별로 관리하는 장학금제도 선발기준에서 외국어 성적과 공모전, 자격증을 중심으로 장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심지어 교내 장학사정 기준공지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리기도 하였다.

<장학사정 기준을 적용해보면 아래와 같은 결론에 도달합니다. A 학생은 학업성적이 우수하지만, 외국어 성적과 자기계발활동기록부 점수와 마일리지 점수가 부족합니다. 하여, B학생이 학점이 뒤처지지만 장학금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자기계발활동기록부는 교내에서 실시하고 있는 또 하나의 스펙 쌓기 제도로서 공모전과 봉사활동, 자격증, 외국어 점수 등을 환산하여 1000점을 만점으로 점수를 나누는 제도이다. 또한 마일리지 점수란 학과 활동, 즉 학과, 학생회 주관 행사 등에 참가하여 인증을 받게 되면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진리를 가르쳐야 하는 대학교에서 자신들이 가르친 지식 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외국어 등의 점수를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대학교가 대학등록금을 이용해 학생들을 스펙 쌓기 전쟁에 내몰고 심지어는 학교 행사에 참가시키기 위해 장학금을 이용하여 반강제적으로 참여시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의 주인이 되어야 할 학생들을 장학금이라는 경제적 수단으로 학교의 노예와 사회의 길들어진 양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이 현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진리를 통해 문제의식을 직시하도록 가르쳐 현 사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대학교에서 대학등록금과 장학금이라는 목줄을 쥐고 학생들을 길들이는 이러한 세태 속에서 앞으로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을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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