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대게 나만의 보물 1호를, 내겐 없으면 안 되는 소중한 ‘무엇’을 가지고 있다. 물건에 담긴 소소한 추억을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담아낸다. 그들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타인의 취향’이 한 학기 동안 연재된다. / 엮은이

김진희 씨(국어국문·12)의 네 번째 손가락에는 10년 째 은빛 반지가 자리 잡고 있다. 은빛의 얇은 반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꼈다. 그리고는 줄곧 스물한 살이 된 지금까지 습관처럼, 이제는 신체의 일부가 된 듯 그 반지를 낀다.

초등학교 시절 그의 취미이자 특기는 ‘뽑기’였다. 아기자기한 것을 모으기 좋아했던 그에게 ‘뽑기’는 다양한 종류의 물건을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날도 설거지를 열심히 하고는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뽑기 기계로 달려갔다. 100원을 넣고 손잡이를 돌렸다. 두근두근, 메추리알 같은 통을 깨니 은빛 반지 하나가 나왔다. 평소에는 답답해서 반지 끼는 것을 싫어했던 그지만 그 반지만은 달랐다. 자신의 네 번째 손가락에 쏙 들어가는 그 반지가 마음에 들었다.

더 화려하고, 비싼 반지들을 선물 받은 적도 있지만 그에게 다른 반지들은 그저 찬밥신세일 뿐이다. 씻을 때조차 반지를 빼지 않는다는 그는 스스로도 10년이나 반지를 낀 것에 대해 놀라워했다. 하루하루 끼었을 뿐인데 그 시간이 어느새 10년이나 흐른 것이다.

반지 안쪽에 조금 녹이 슬긴 했지만 그의 반지는 건재하다. 그도 겨우 100원 밖에 하지 않는 반지가 아직까지 녹이 슬지 않는 것이 신기하다.

10년 전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온 100원짜리 반지 하나, 그 반지는 여전히 그의 네 번째 손가락에서 맑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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