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 105주년이 되는 날이다. 1908년 3월 8일, 1만 5천여 명의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을 기념하여,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2차 여성운동가대회에서 독일의 노동운동 지도자 클라라 제트킨의 제창에 따라 세계 여성의 날로 지키기 시작하였다. 한국에서도 1984년부터 매년 3월 8일을 전후해 여성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기념식과 여성축제, 거리행진, 여성문화제 등의 행사를 한다. 동전의 양면과 같이, 여성의 날 105주년의 역사 속에도 그 빛과 그림자는 존재한다. 대한민국에 드리운 그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면서, 대한민국 여성의 미래를 예측해 본다.

2013년 대한민국에는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다. 세계 제1의 나라인 미국에서도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미래의 소식이다. 물론 정치의 최고지도자가 여성이라는 사실이 그 나라 여성의 지위와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지도자가 많았던 인도, 파키스탄등 서남아시아와 필리핀,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시아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또한 여성 최고정치지도의 존재와 여성의 지위가 맞물려 나가는 곳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주나 뉴질랜드가 대표적이고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그 뒤를 따른다. 대한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의 존재가 여성의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향후 대한민국이 이 부분에 있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른지에 대해서는 확실지 않다.

통계수치로 보이는 여성 지표와 드러나지 않는 정서적 상태간의 간격은 계산이 불가능하고, 사회에 존재하는 여성에 대한 유리장벽이나 유리천정의 존재는 투명하여 오페라의 유령(?)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다. 여성대통령이라는 빛과 여성에게만 보이는 유리천정이라는 그림자의 공존은 1세기를 넘어선 세계 여성의 날에 살펴본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성의 대학진학율의 약진과 함께, 현재 대학생 중 여성 비율은 거의 절반에 이른다. 사법시험을 비롯한 각종 고시에도 여성합격자의 비율은 종종 40%를 넘어선다. 남녀고용관련법, 모성관련법을 비롯해 호주제 폐지까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빠른 속도로 여성관련 법제화는 달성되었다. 5급 공무원 임용 시험에서의 여성 채용목표제와 과거 3년간 실시되었던 여교수 채용할당제 등 여성편향적 제도는 각 부문에서 여성이 약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국회의원 비례대표 공천 여성 50% 할당제가 적용되고 있고, 지역구에서도 여성공천 할당제도가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여성은 보이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고, 여성은 곧 사회의 평등지수를 나타내는 척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 많은 제도가 적용된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의 여성의 미래가 여성대통령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장밋빛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성국회의원 비율은 15.7%, 여성 지방의회의원 비율은 20%, 여성 교수 비율은 22.5%(국공립대는 15%), 대학에서의 여성보직자 비율은 3.5%, 중고등학교 여성 교장 비율 10%내외(상급학교로 갈수록 격감)이다. 아동의 여성화를 우려할 정도로 여교사비율 70-80%를 상회하는 상황에서, 정책결정직에 필요한 여성의 비율로는 매우 낮은 수준이다. 여고생의 대학진학율은 83%로 OECD국가 최고 비율이지만, 대졸이상 고학력 여성의 취업률은 59%로 OECD국가 중 가장 낮다. 남성 급여 기준 여성의 급여는 61%로 이 또한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위치한다. 5급 행정, 외무, 사법고시 여성 합격자는 각각 50%, 65%, 40%대에 이르고, 6급이하 여성 공무원 비율은 30%이상을 차지하지만, 여성장차관은 1, 2명에 불과하고, 4급이상 여성관리자 비율은 7%에 불과하다. 경제 악화로 비정규직 비율이 전반적으로 확대되어 가는 중에서도,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42.8%로 남성 비정규직 비율 27.8%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상태이다.

여성대통령이 선출된 2012년 대선이후 조직된 정권 인수위원회에도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고, 구성되고 있는 정부의 밑그림에도 여성은 2명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UNDP의 지표를 보면 경제는 세계 10위권으로 성장하였으나, 여성의 권한척도(GEM)는 세계에서 60위에서 80위정도의 중하위권을 맴돌고,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매년 발표되는 OECD 보고서는 한국에 대해 여성인력 특히, 고학력 여성인력의 활용도를 높일 것을 권고하고,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보고서는 한국의 성별 격차가 아직 하위수준(135개국중 105위에서 108위)임을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여성관련 미래가 밝지만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고, 나아가 더 중요한 것은 현시점에서 여성의 미래는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2005년 호주제 폐지와 함께 여성관련 법제는 선진국 수준으로 갖추어졌으나, 이를 이행하는 시민들의 수준은 아직 거기에 이르지 못하고 있고, 2013년 여성 대통령이 등장했지만, 그를 선택한 시민들의 의식수준이나 선택받은 당사자의 의식수준도 그에 걸맞게 등장한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미래를 위한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머리는 미래지향적 탈근대를 바라보고, 가슴은 현실적 근대를 품으면서, 손과 발은 과거지향적 전근대 토양에 묻어둔채 살아가는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이 2013년 세계 여성의 날에 바라본 대한민국 여성의 현주소인 것이다. 화려한 고층건물 아래 음울한 쪽방촌의 존재처럼, 여성대통령의 등장이라는 화려한 수사에 가려진 대한민국 여성의 현실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림자를 걷어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리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과거에 묻고 있는 팔과 다리를 되돌려, 머리가 향하는 미래로 우리의 몸을 바로 세워야 한다, 법과 제도가 완비되었다고 모든 것이 다 되는 것은 아니다.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노래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법과 제도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시행하는 것은 사람, 곧 시민이다. 법과 제도가 완비되고, 그 절차를 통해서 여성대통령이 등장한 지금이 빛과 함께 드리운 어두운 미래의 그림자를 걷어낼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른다. 100여년간 여성의 날을 반복적으로 맞이하고 다짐해 오면서 제정된 바로 그 법과 제도를 제대로 적용할 수 있게 된다면, 대한민국 여성에게 드리운 그림자는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2013년 105주년 여성의 날을 맞이하면서, 원칙과 절차를 중시한다는 국정의 모토가 여성의 정책결정직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여성관련 공약은 물론 법과 제도에도 그대로 적용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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