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산정의 객관적 기준 미비…“‘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 시행돼야”

“나보다 잘 사는 애도 많은데, 왜 걔네들은 나보다 더 많은 혜택을 가져가는지 모르겠다. 심지어 부모님 집 명의를 친척명의로 해서 살고 차만 3대인데 어째서 이런 사람들이 국가장학금을 받는지 이해가 안 간다.”

국가장학금 소득분위 산정의 정확하지 않은 기준으로 불편을 겪은 모 학생의 글이다. 2012년 국가장학금이 시행된 이후 소득분위 산정은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박근혜정부가 출범하며 반값등록금의 일환으로 국가장학금 예산이 당초보다 5,250억 추가된 2조7,750억으로 확정됐고 국가장학금 유형I의 수혜 대상을 소득 8분위까지 확대했다. 하지만 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당초 제기돼왔던 문제점은 계속되고 있다.

모호한 기준의 소득분위
국가장학금의 소득분위는 신청자의 연간 소득인정액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소득인정액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에 따른 환산소득을 기준으로 가족의 소득과 부동산, 전·월세보증금, 자동차 등 재산정보를 토대로 산정한다.

국가장학금은 유형I과 유형II로 나눠져 학생들에게 지급되는데 유형I은 소득 8분위 이하의 성적 및 소득을 충족한 대학생에게 지급한다. 유형II는 국가가 부실대학 등을 제외한 나머지 학교들에게 차등적으로 지급한 후, 대학이 자체적으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다. 유형I과 지급조건이 같지만 대학 판단에 따라 성적완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유형I과 II 모두 지급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공무원 자녀인 사회대 ㄱ 씨는 이번 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전에 소득 탈락한 경험이 있고 주변의 공무원 자녀들 역시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학생지원과 관계자 역시 “일부 월급자의 자녀는 국가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소득분위 산정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소득인정액에 포함되지 않는 가계부채와 같은 금융자산은 소득분위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국가장학금 지급 기준이 재산정보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ㄱ 씨는 “국가장학금은 도대체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다”며 “집안의 빚도 소득분위로 산정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일부 학생들은 소득분위 산정과정에서 실제 소득보다 부채가 많음에도 현재 기준으로는 소득분위가 높은 것으로 산정돼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소득분위 산정방법이 명확히 공지되어있지 않은 것도 문제다. 우리 대학 ㄴ 씨는 지난학기 국가장학금 유형I 45만원, 유형II 38만7,000원을 수혜받았지만 이번 학기 국가장학금 지급액은 0원이었다. 이유를 알지 못한 소득탈락이었다. 소득분위를 알고 싶어 한국장학재단에 전화했지만 사람이 몰려 상담원 연결도 어려웠다.

유형II도 정확한 지급기준을 모르기는 마찬가지다. 인문대 ㄷ 씨는 2013년 1학기 국가장학금을 신청했지만 소득탈락으로 장학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작년 2학기 유형II로 국가장학금 65만원을 지급받았던 그는 집안에 아무런 소득변화가 없었으나 소득탈락 됐다. 자신의 정확한 소득분위를 알고자 한국장학재단에 문의했지만 “가구전체의 소득분위라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해 공개하지 않는다”는 답변뿐이었다. ㄷ 씨는 “지원범위가 확대되고, 재산변동이 없는데 왜 소득탈락한지 모르겠다”며 “한국장학재단은 소득탈락이 된 학생들에게 정확한 탈락사유와 소득분위를 설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학생지원과 관계자는 “ㄷ 씨의 경우 약 66억이 책정됐던 지난해보다 유형II가 약 23억으로 감소했기 때문에 소득 탈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성적미달’로 탈락한 저소득층 92%
지난해 저소득층 학생의 92%가 국가장학금을 수혜 받지 못했다. 이유는 ‘성적미달’이다. ‘2012년 2학기 국가장학금 신청 및 탈락현황’에 따르면 국가장학금 신청자 137만3,000명 중 성적기준으로 탈락한 학생은 10만7,000명이다. 올해부터 1학기에 한해 신입생의 성적기준은 없어졌지만 재학생은 B학점이상의 성적을 충족해야만 장학금 수혜를 받을 수 있다.

등록금 천만 원 시대인 지금, 생활여건이 힘든 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은  아르바이트 밖에 없다. 하지만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로 학업에 집중하기 힘든 학생들은 성적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결국 국가장학금을 수혜받지 못한다.

현재 몇몇 대학생 연합단체와 시민단체에서는 조속한 성적기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성적기준 폐지를 찬성한 김범수 씨(경제?12)는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학생들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다”며 “공부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피해 받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성적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회대 ㄹ 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한 아르바이트가 힘든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노력한다면 평균 B학점 이상은 충분히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조정관 교수(정치외교)는 “이 상태면 등록금을 버느라 학업에 집중하기 힘든 학생들의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등록금부담을 줄어주는 것이 국가장학금의 취지다”며 “상대적으로 B학점을 받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C학점 정도로 성적기준을 하향조정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박근혜대통령은 당선 전 ‘소득 8분위까지 반값 등록금’공약을 발표하면서 ‘B학점 이상’으로 규정된 성적기준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 필요
국가장학금의 실효성을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국가장학금의 실효성과 공정성이 의심받는 이유는 정확한 소득파악과 소득신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석 씨(경영?12)는 “일부 개인기업체의 경우 정확한 세금신고가 되지 않아 소득기준이 불투명한 가정이 수혜 받은 경우도 있다”며 “정확한 재산규모를 파악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국가장학금을 지급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국가장학금을 수혜 받는 소득분위는 늘어났으나 장학금 최고금액은 연간 450만원으로 아직까지도 등록금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소득분위별 국가장학금 지급액을 늘려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공약에서 소득하위 80%까지 맞춤형 국가장학금을 지원해 대학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뒤 ‘반값등록금’에 관한 말은 쏙 들어간 상태다. 서울지역대학생연합(서울대련)은 지난 5일 서울역광장에 ‘신개념 대학생 만민공동회’을 열고 “국가장학금 지원 금액 현실화, 서울시립대형 반값등록금 실현 등을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련은 “국가장학금 제도를 손봐야한다”며 “지원금액의 현실화와 성적기준 하향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