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목적이 있다. 목적이 달성되었다면 그 과정에서 수단은 반드시 존재한다. 운이 좋아 어떤 일이 달성되었다는 것은 내·외부적 요인에 의해 예상했던 수단보다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다는 것이지 수단이 생략된 상태로 목적이 ‘짠’하고 달성된 것은 아니다.

각 삶을 구성하는 사회 또한 목적이 있다. 다양한 삶의 구성으로서 사회는 목적의 다양성으로 인해 수단과 목적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영역에서 2008년 국제적 금융위기도 이런 혼돈의 결과이다. 금융은 실물경제를 더욱 생산적으로 만드는데 필요한 수단이다. 금융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님에도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등한시한 결과 실물경제에 큰 위험을 안긴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 구성원의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 경제 본연의 임무임에도 불구하고 경제 그 자체를 목적으로 여겨 개인적 ·사회적 혼동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이 한정된 자원을 관리하고 사람들이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연구라 하더라도 결국은 잘 먹고 잘 사고자 하는 복지 증진 추구의 행위를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을 위한 계량과정에서 수단과 목적의 혼동은 사람들의 판단 근거와 행동 양식에 크게 영향을 미치며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는 계속 상승하여 최근 10년간 경제성장률은 국제적 금융위기를 제외하곤 3~7%를 달성하고 있으며 2009년 무역수지는 사상최대치를 갱신하여 계속 증가하고 있다. 또한 실업률은 3%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러 경제지표들을 살펴보면 우리의 경제상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우리의 경제적 목적에 매우 부합하는 듯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체감하는 경기와의 차이는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삶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다. 경제운용 정책에서 수단과 목적의 혼동에서 오는 결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경제운용 정책으로 GDP중심의 성장전략을 채택한다. 이는 산업인프라가 미비할 목적 달성을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왔다. 즉, GDP 증가에 따른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구성원들의 복지증진이 따라왔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다르다. 경제성장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된 2000년대의 소득 간 격차는 크게 증가하였다. 더불어 GDP중심의 재화와 용역에 초점을 맞춰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방식은 여가시간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 환경에 따른 영향 등을 고려하지 못하는 경제성과 측정의 내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현존하는 경제지표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며 또한 경제성과 측정의 주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행복 측정의 주관성으로 인한 현실적 어려움, 표준화하기 어려운 환경에 대한 영향 지표 등을 고려한다면 현재의 GDP중심의 지표를 단기적으로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집착하여 GDP중심의 성장전략만을 고집하는 ‘선성장 후분배’내지 ‘경제살리기’만을 외친다면 경제의 목적인 삶의 질 향상을 통한 복지의 증진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사회가 GDP중심의 성장전략을 통해 경제적 목적의 일정부분을 달성하여 왔다면 이제는 소득분배 개선과 삶의 질 향상,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지표들까지 포괄하는 이정표를 세워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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