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한 사회 속, 뒤바뀐 모습의 피해자와 가해자

▲ 영화 <26년>의 홍보를 위해 지난 20일 열린‘진배의 일일포차’에 배우 한혜진, 배수빈이 참석했다.

1980년 5·18민중항쟁(이하 5·18)이 일어난 지 어느덧 32년. 피해자는 그날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데 반해 가해자는 고개를 뻣뻣이 들고 있다. 이 부조리한 사회에 파문을 일으킬, ‘그 사람’을 단죄할 영화 <26년>이 지난 29일 개봉했다. /엮은이 

5·18,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오래 기다렸다. 2006년 웹툰 연재 이후 영화화를 시작했던 <26년>이 오랜 기다림을 끝마치고 오는 29일부터 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영화 <26년>은 5·18을 소재로 한 만화가 강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것으로, 영화를 제작하는데 6년이 걸릴 만큼 <26년>은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사실 영화제작은 무산될 뻔 했다. 2008년 영화사 청어람은 영화 <26년> 제작 준비를 모두 마치고 대기업들에게 40억 원의 투자약정을 받았다. 하지만 촬영 직전 한 투자자에게 “영화에 투자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고 이어 투자를 약속한 4곳도 같은 통보를 해왔다.

영화제작에 난항을 겪었던 이유에는 ‘외압’이 있었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화사 청어람 대표는 “보이지 않는 외압이 있었다. 물론 누구인지 나도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다. 도대체 누가, 무엇이 무서워 영화 제작을 막으려했던 것일까.

웹툰 <26년>은 5·18 피해자들의 현재 삶과 ‘그 사람’에 대한 복수를 다룬 내용이다. 개봉을 앞둔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5월 광주의 비극과 연관된 사람들은 26년 후 바로 그날, 학살의 주범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벌인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몇 가지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결말이다. 원작인 웹툰 <26년>에서는 열린 결말의 형태를 취했기에 과연 영화에서는 어떤 결말이 나올지에 대해 관심이 몰린 것이 사실이다. 이에 지난 20일 개봉 기념 미디어데이에서 조근현 감독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 될 것이다”고 말을 아끼기도 했다.

하지만 연재 후기에서 강풀이 말했듯 결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5·18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만화가 강풀은 연재 후기에서 “광주의 이야기는 과거가 아니라 지금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이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피해자들이, 또 그의 가족들이 이 아픔을 간직하고 기억하는 한 5·18은 끝나지 않는다.

한편 영화 <26년>의 홍보를 위해 ‘진배(작중인물)의 일일포차’가 지난 20일에 열렸다. 이 행사에 참여한 우리 대학 휴학생 이삼섭 씨(신문방송학·10)는 “5·18의 후유증으로 피해자들은 여전히 아파하고 분노하며 슬퍼하지만 가해자는 떳떳이 살아간다”며 “사회는 아직도 부조리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학생들이 역사적 인식을 확고히 다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진정한 용서는 누가 하나

웹툰 <26년>에서 피해자들이 복수를 결심한 데에는 결정적 계기가 작용했다. 바로 ‘그 사람’의 사면이다. 12·12 쿠데타와 5·18, 비자금 은닉사건으로 중형을 받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1997년 ‘국민대화합’이라는 명목 하에 사면 복권됐다.

영화 <밀양>에서 극중 신애(전도연 분)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살인자를 용서하러 갔다가 “신이 나를 용서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리고 신애는 “이미 용서를 얻었는데 내가 어떻게 용서를 해요?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용서할 수 있어요? 난 이렇게 괴로운데 그 인간은 하나님의 사랑으로 용서받고 구원받았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라고 울부짖는다. 5·18 피해자들과 그의 유가족들의 심정도 극중 신애와 같았을 것이다.

<밀양>은 “그들을 용서할 권리는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남긴다. 덧붙여 ‘국민대화합’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졌던 ‘사면’에 용서받아야 할 자의 뉘우침과 반성은 있었는지, 그들을 진정으로 용서할 수 있는 유일한 권리자인 피해자에게 눈물로써 용서를 먼저 구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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