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하착(放下着)이란 내려놓는다는 말이다.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각자의 몫이다. 내려놓다는 말이 자칫 잘못하면 하지 말라 또는 소유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나는 그런 의미보다 무언가에 너무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한다.

인간은 누구나 잘 살길 원한다. 좋은 직업을 갖고, 좋은 집에 살며,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사람을 만나며,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어한다. 이런 바람들은 특별한 사람만이 꿈꾸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바랄 수 있는 것들이다. 좋은 직업, 좋은 집, 좋은 음식, 좋은 사람을 얻었다 하여 우린 그 사람이 지나치게 욕심을 부렸다 말하지 않는다. 인간으로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요건들이 있다. 바로 의식주다. 인간에게 있어 입고, 먹고, 자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의식주는 곧 인간의 생명과 관계된 것으로, 이것이 해결되지 않고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맹자 양혜왕 편에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는 말이 있다. 일정한 생산이 없으면 일정한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말처럼 인간은 일정한 생산이 있어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행복을 위해 보다 높은 이상을 추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의식주의 문제가 해결되어도 평생 이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은 우리 인간의 한계인 듯하다. 육신(肉身)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는 이 고민에서 평생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그러나 아무리 욕심을 부려도 자신이 평생 쓸 수 있는 양의 먹을 것, 입을 것은 정해져 있다. 더 욕심 부린다고 하여 한 사람이 하루에 밥 백 그릇을 먹는 건 아니니 말이다. 너무 식상한 비유이긴 하지만, 이 이상 좋은 비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너도 나도 밥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법정 스님이 말한 무소유는 아마도 이런 의미일 것이다. 무엇을 소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하지 말라는 말이다.

요즘은 '방하착(放下着)하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세상의 모든 고민들이 결국은 먹고 사는 문제에 있는 듯한데, 어느 정도 그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잠시 그 고민에서 벗어나 내 자신을 좀 더 돌아보자는 생각에서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그랬으면 좋겠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대통령이라고 하는 큰 자리를 내려놓고, 대한민국의 평범한 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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